매일신문

[사설] 소비자 후생 위해 퀄컴 제재는 당연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퀄컴사에 불공정 행위 혐의로 2천6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국내외 기업을 망라해 지금까지 부과된 과징금 중 최대 규모이다.

퀄컴은 국내 CDMA 모뎀 칩 시장의 99.4%(2008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독점사업자이다. 퀄컴이 이 같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 휴대폰업체에 CDMA 기술을 전수하면서 자사의 모뎀 칩을 사용하면 5%의 기술 사용료를 받고, 다른 회사의 모뎀 칩을 쓰면 5.75%를 받았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또 모뎀 칩 등의 전체 수요 중 85% 이상을 퀄컴 제품으로 구입하면 그 회사에 구매액의 3%를 리베이트로 주는 한편 CDMA 특허권이 소멸된 이후에도 종전 기술 로열티의 절반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부당한 약정까지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불공정행위의 제재로 CDMA 칩 시장에 대한 퀄컴의 독점적 지위에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쟁업체의 칩을 채택하는 휴대폰 제조업체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경쟁 체제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의 퀄컴 제재는 세계 최초일 뿐만 아니라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다국적 기업도 예외로 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2007년 브로드컴, 노키아 등의 신고로 퀄컴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유럽연합(EU)이 앞으로 내릴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독점은 소비자 후생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퀄컴은 국내 모뎀 칩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38억7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매출의 35%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공정위의 판정대로라면 퀄컴이 이 같은 성과를 낸 데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가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소비자가 더 싼 가격에 더 좋은 성능의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됐음을 뜻한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에 앞서 3년에 걸친 사실 조사와 법리 검토를 마쳤다고 한다. 그만큼 철저히 준비했다는 뜻이다. 퀄컴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가 다국적기업의 횡포로부터 소비자 후생을 보호하는 데 더욱 탄력을 붙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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