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대 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 환경파괴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토해양부가 23일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의 우려를 받아들여 낙동강 하회마을 앞 보(洑) 설치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힘에 따라 보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낙동강 중상류에 설치하는 고무보는 모두 8개이다. 현재 환경·시민단체 등은 보가 설치되고 준설될 경우 강이 자연적 정화기능을 잃게 돼 물 흐름이 정체돼 생물종의 종(種) 구조 파괴, 수변 식생 구조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보 설치로 강이 호수로 바뀌어 낙동강의 태초 모습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낙동강지키기대구경북시민행동은 지난주 낙동강 중상류에 설치될 8개 보 예정지(합천보 제외)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예측 보고서를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강 살리기(?)
물을 가둬놓고 바닥을 긁어내면 낙동강은 어떻게 바뀔까?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은 "낙동강의 보 설치로 위쪽 보와 아래쪽 보 사이는 호수처럼 정체 수역이 형성되고 수위의 변화가 일어나 모든 생물들의 종 구조가 파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속적인 준설사업과 보, 제방보강사업으로 수계생물의 서식처가 사라지고 오탁(汚濁)현상으로 생물들의 생리작용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더욱이 영남권 1천만명이 이용하는 낙동강 취수원에 심각한 수질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수 조절시 보의 아래쪽은 유속이 빨라 침식작용이 증가해 둔치의 사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낙동강 상중류에 펼쳐져 있는 그림 같은 모래사장도 아예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자연생태연구소 이진국 이사는 "낙동강 하상 준설로 본류의 수위가 낮아지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낙차공(落差工·수로 중간에 기울기의 조절을 위해 설치하는 구조물)이 지류의 물 흐름에 악영향을 미쳐 합류부의 홍수 발생 빈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지류의 하류는 낙차공으로 인해 퇴적량이 많아지게 돼 준설 주기가 짧아지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바닥의 모래와 점토 등 퇴적물은 준설로 인해 오염물질을 표면에 흡착하는 수질 정화능력을 잃게 되고, 전 구간에 오탁수를 발생시켜 영양물질 증가로 인한 수질악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낙동강지키기대구경북시민행동 구태우 사무국장은 "4대 강 살리기 사업으로 낙동강은 생명의 강으로서의 태초 모습을 잃게 되고 흘러야 할 강이 호수화하면서 생태계, 수질, 지형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해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낙동강에 보가 설치되면
인간이 첨단기술을 갖고 있다지만 자연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대상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은 1980년대 후반 하천에 대한 개발 정책을 완전 폐기, 될 수 있으면 인공적인 손질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과거 하천 개발사업에서 완벽한 시뮬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경험을 무수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낙동강은 영남권 1천만명의 취수원이어서 자칫 '물 난리'를 부를 수 있는 만큼 토목공사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사전 사후 예방책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은 낙동강지키기대구경북시민행동이 대구경북지역 구간에 설치될 8개 보 예정지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조목조목 짚어본 결과다.
▷하회보(높이 2.9m·전면 재검토 방침)=수위변화로 물 흐름의 정체가 예상되고 보 위쪽에 수위가 상승하면 소나무숲도 온전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 아래쪽의 넓은 모래밭은 계속되는 침식으로 사라지거나 변형되고, 보 위쪽 정체 수역의 수질 악화로 어종도 유수성(流水性)에서 정수성(定水性)으로 바뀌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준설로 보 하류 쪽 모래밭의 소실이 가속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구담보(3m)=이미 안동댐으로 인해 물 흐름이 정체돼 하류에 버들 숲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는 상황. 준설이 이뤄지면 저수지가 돼 홍수가 발생할 경우 유역 농경지로 범람이 심하게 될 것이다. 정체 수역을 좋아하는 생물종으로 변하고 담수 조류의 번성으로 하천 내 생성 유기물이 늘어나게 된다.
▷상주보(11m)=위쪽에 만들어질 경우 아래쪽의 오리섬을 잠기게 할 것이다. 위쪽에 보가 조성되면 침식으로 오리섬이 축소, 변경될 것으로 예측했다. 자연스레 형성돼 있는 섬 가장자리의 자연제방과 섬 대부분 영역인 범람평지가 소실돼 자연제방을 따라 형성된 강변 숲도 사라질 것이다. 생물종 변화와 상하 교류 단절로 회류성 어류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낙단보(11.5m)=이 일대를 호수로 변화시키고 보 위쪽은 수위 상승으로 주변 농경지와 주택지가 더욱 습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보 아래쪽은 모래공급이 차단돼 자갈바닥이 드러날 것이고 물은 부영양화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물길 지표층이 사라져 정화기능, 저수기능, 생물서식처라는 기능이 약화돼 수계생물은 정수성 생물종으로 변할 것으로 판단했다.
▷구미보(11m)=주변 넓은 모래밭과 경작지가 있어 옛날부터 재두루미의 월동지였던 일대가 호수의 특성을 지닌 강으로 변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천의 지형적인 형태 변화, 정체수역화, 제방 보강 등은 새 월동지로서의 입지조건을 영원히 잃게 될 것이다.
▷칠곡보(12m), 강정보(11.5m), 달성보(10.5m)=낙동강 하류 쪽으로 갈수록 하상의 높이 차이가 크지 않아 보 사이에 늘 물이 고여 호수와 같은 정체수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금까지 존재하던 생물종들은 보와 제방으로 인해 교류가 막혀 많은 종들이 소멸되고 대신 정체 수역에 적응한 몇몇 종들만 살아남게 될 것으로 판단했다.
금호강이 합류한 이후 낙동강 하류는 물 흐름의 정체로 인해 극심한 부영양화를 일으키고, 준설로 인한 오탁현상, 수위변화, 하상변화 등으로 생물종이 멸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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