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이 학원 수강료의 상한선을 정해 놓고 이를 어긴 곳을 제재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와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교육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학원비를 올리는 학원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장상균)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영어학원이 서울 강남교육청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부가 사교육 시장의 가격을 합리적 기준 없이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나아가 그 영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의 기본 원리에 배치된다"며 "사교육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그 정당성을 부여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강료 통제에 타격
지금까지 학원은 수강료를 교육청에 신고하고, 교육청은 수강료가 상한선을 넘을 경우 수강료 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학원의 시설·교육수준·임대료 등을 고려한 합리적 산출 방식이 아닌 사실상 통계청 '물가상승률'만을 참고해 수강료 인상을 억제한 것이다.
대구지역 학원들은 '학파라치'(신고포상금제) 시행 직후, 수강료 현실화를 이유로 교육청에 수강료조정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대구에선 입시학원이 한 달(20시간) 평균 7만6천원 정도(수강료 5만8천원·보충 교재비 1만8천원)를 받도록 돼 있다. 평균 12만원 정도인 실제 수강료에 비해 상당한 차이가 나는 금액이다. 학원들이 수강료는 기준액에 맞춰 신고하지만 교재비, 특강비 등의 명목으로 실제 받는 학원비는 더 많기 때문이다. 동부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50여개 학원이 수강료 조정을 요청한 상태이며 기준액보다 2배 이상 올려 달라는 학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평생체육보건과 정동섭 평생교육 담당은 "강남교육청이 항소를 할 것이며, 그 결과(대법원 확정판결)가 나올 때까지는 현 제도가 유지될 것"이라며 "수강료 조정은 학원들이 요구한다고 무조건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재무제표 등 근거가 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담 늘까 걱정', '이제는 현실화'
학부모들은 이번 판결로 학원 수강료가 더 오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초교 6학년생을 둔 이명희(41·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는 "학원들이 수강료 상한선이 있는데도 이런저런 이유로 학원비를 올리고 있는데 가이드라인조차 없어지면 수강료가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학부모 김영철(44·대구시 북구 칠성동)씨는 "수강료를 올려도 더 싼 학원으로 옮기지 않고서는 그냥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학원비 통제 장치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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