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리 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관객들 가슴 130분 공연 내내 '쿵쾅쿵쾅'

공연 내내 발끝을 주체할 수 없었다. 경쾌한 트럼펫 소리, 늘씬한 코러스 걸들의 탭댄스. 마치 브로드웨이의 한 극장에서 쇼를 보고 있는 듯한 흥분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뮤지컬 역사 이래 가장 미국적이라는 '브로드웨이 42번가(42nd STREET'이하 42번가)'.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9월 11~13일)을 앞두고 24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미리 만나봤다.

◆미국 뮤지컬의 자존심

42번가는 1980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총 5천여회 장기공연, 토니상 9개 부문을 수상한 미국 뮤지컬의 자존심이다. 1930년대 대공황기의 미국 브로드웨이가 배경. 무명의 코러스걸이 역경을 딛고 스타로 탄생하는 아메리칸 드림이 드라마 골격이다.

첫 장면은 브로드웨이의 한 오디션장. 시골에서 갓 올라온 페기(옥주현)는 브로드웨이 최고 흥행 연출가 줄리안 마쉬(박상원)의 눈에 띄어 출연 기회를 잡는다. 마쉬는 '프리티 레이디'라는 뮤지컬의 미국 투어를 앞두고 있다.

이제 이야기는 애인인 부자 투자자 덕분에 주인공 역을 따낸 왕년의 여배우 도로시(박해미)와 페기를 도와주는 빌리(박동하)가 차례로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야기가 너무 뻔할 거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1부 70분(2부는 60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넋 놓고 봤다. 옥주현은 초짜 코러스 걸을 실감나게 소화했다. 쭈뼛거리는 연기에서 '핑클'의 인기 스타 옥주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입만 열면 '브로드웨이 최고의 배우' 운운하는 '자뻑' 캐릭터의 박동하는 일본 '시키' 출신 배우답게 춤과 연기가 완벽했다. 박상원은 점잖지만 냉혈한 흥행사 역에 잘 어울렸다. 박해미는 허영기와 자존심, 약간의 백치미와 순수함이 뒤섞인, 한물간 왕년의 여배우를 기가 막히게 소화했다.

42번가의 또 다른 주연은 탭댄스. 배우들이 동전(코인)처럼 생긴 둥근 판 위에서 추는 일명 '코인 댄스'는 명장면이다. 경쾌한 밴드 음악에 맞춰 두 팔을 위로, 다리를 앞으로 쭉쭉 뻗는 특유의 댄스는, 왜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코러스 걸의 조건을 키 170cm 이상으로 정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침내 페기는 스타가 되고, 도로시는 사랑을 되찾고,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고 난 뒤 다함께 추는 마지막 탭댄스도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와 뛰어난 연출

공연 3시간 전 만난 옥주현은 "무명의 소녀가 최고의 스타가 된다는 얘기가 마치 내 얘기 같아 감정이입이 쉬웠다"고 했다. 지난 4개월간 하루 6시간 넘게 탭댄스 연습에 매달렸다는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박동하는 "노래하던 친구(옥주현)가 고난도의 춤을 잘 해낼까 걱정했는데, 춤추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칭찬했다. 박해미는 "대단히 미국적인 작품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함께 즐기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42번가 버전은 이른바 '오리지널 클래식 버전(1980년)'이다. '리바이벌 버전(2001)'에 비해 무대는 간소해지고 드라마는 보강됐다. 연출가 한진섭은 "전체적으로 조명을 최대한 절제하는 대신 쇼 장면에선 사운드와 조명을 아끼지 않았다"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 행복함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대구 공연 문의 053)762-0000, 1544-1555, 1544-0113.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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