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공중정원

박칠근 지음/한국문연 펴냄

박칠근 시인이 시집 '공중정원'을 펴냈다. 아마 시인에게 '공중정원'은 시'공간을 초월해 한때 넓고 화려했던, 그러나 이제는 사라진, 내일이면 새로 건설될 '정원'인 듯 하다.

여기저기를 오고가고, 이 일 저 일에 쉼없이 손대고, 주저앉고 일어서던 젊었던 날들 시인의 발길이 닿았던 공간인가 보다. 그 공간엔 때로 말굽소리 요란했고, 때로 잡풀 고요히 우거졌고, 때로 밤낮 가리지 않고 석공의 망치 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장소인가 보다.

'공중정원'에 묶인 시들은 딱히 어떤 갈래가 없다. 시인의 발길이 머문 곳, 눈길이 닿은 곳, 마음이 닿았던 곳 어디나 소재로 하고 있다. 이기철 시인은 "박칠근은 분망하다. 그러나 그 분망함은 꽉 죄어 있다. 그 분망함과 죄임 속에서 시인은 명주 같은 서정을 길어 올린다" 고 평가한다. 그 분망함과 죄임이 비록 후천적인 것일지라도 이미 체화돼 시인과 따로 나눌 수 없다는 말이다.

구석본 시인은 "박칠근의 시어는 화려하지 않다. 그 화려하지 않음이 흑백사진처럼 담백하면서도 은근한 깊이를 지니게 했다. 그 깊이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잊었던 자아를 만나게 될 것이다"고 말한다. 110쪽, 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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