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부분으로 전체를 보거나, 하류로 상류를 의미 짓거나, 선입견과 고정관념이라는 색안경을 꼈거나, 욕망과 무지에 의해 마음의 눈이 왜곡되고 굴절된 채 불교를 보기 때문일 뿐 불교 자체가 난해해서는 아니었다."-작가의 말- 중에서
『만화불교 이야기1 부처님 생애』김정빈 글'최병용 그림/솔바람 펴냄/294쪽/9천600원
"그대도 지난날 스스로 방종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만, 오늘에 와서 사람들이 그대의 풍모를 상상하고 흠모하기를 그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이겠습니까? 부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다 하여 마음속으로 너무 근심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진실한 공부를 방해하는 세 가지- 중에서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김영두 옮김/소나무 펴냄/608쪽/2만5천원
좋은 글이란 마음으로 쓰는 것이고 그래서 더욱 쉬워야 한다. 마음과 쉬움은 글쓰기의 한몸과 같은 것이지만 그것이 하나가 되기는 어렵다. 최근 좋아하던 작가의 신작을 읽다가 책장을 결국 덮고 만 것은 그가 가진 넘침에 대한 경계 때문이었다. 가난했던 시절 그의 글은 절절했고 가슴 깊이 와 닿았지만 그의 말처럼 방송 출연과 강의, 원고 청탁으로 스타(?)가 되어가면서 쓰고 있는 글들은 마음으로 쓰는 글이 아닌 듯 느껴졌다. 이런 의미에서 두 책은 쉬움과 마음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만화불교 이야기1 부처님 생애』는 우리네 절집이 가진 근엄함이 친근함으로 바뀌어야 할 이유를 말한다. 불교의 탄생지인 인도에서 불교가 쇠퇴의 길을 걸은 이유는 대중을 외면하고 현학적인 논쟁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쉽지만 결코 흐트러지지 않는 내용으로 불교를 설명함으로써 독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불교 서적들이 혼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와중에 이런 작업들이 가지는 의미는 자못 크다. 인물불교사, 근본불교, 대승불교, 불교문화와 상식으로 이루어진 다섯 권의 시리즈, 모두 불교를 이해하는 데 소중한 지침서이다.
스물여섯이라는 나이 터울을 초월한 영혼의 교류는 지역과 직위마저 넘어선 것이기에 너무나 아름답다. 더구나 아직도 지역과 지연, 학벌과 학연에 얽매여 서로를 질시하고 반목하는 사회구조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은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보여준 우정을 더욱 빛나게 한다. 13년에 걸쳐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는 그야말로 파격적이고 진취적인 것이다. 어느 날 불쑥 자신을 찾아와 자신의 철학적 소신에 대해 질의하던 젊은 선비에게 먼저 편지를 띄웠던 퇴계는 오늘 날, 스승의 초상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사제처럼, 또 때로는 친구처럼, 그들의 편지에는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 더욱 향기가 난다. 대화가 없는 우리 사회의 불행은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옛 선인들의 지혜를 빌려 지인들에게 편지라도, 아니 안부 메일이라도 한통 쓸 일이다.
전태흥(여행 작가'㈜미래티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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