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저 곳

박 형 준

空中이란 말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들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空中이라는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새떼

빈 것에 대한 시인의 시선은 대체로 경이롭다. 박형준은 그러한 경이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빈 것을 생활 근처로 끌어당겼다. 빈 곳은 우선 새들의 공간이다. 공간의 상상력은 자유와 가장 밀접한데, 시인은 그 무한공간에서의 살림을 생각한다. 다정이란 말이 떠오른다. 다시 빈 공간은 자연의 뼛속이란 상징계를 만든다. 뼛속이란 말 그대로 그곳은 시리고 아픈 몸의 공간이다. 그 공간은 새떼의 뼛속이기도 하고, 뼛속의 새떼이기도 하다. 전자와 후자는 서로 순환하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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