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56·사시23회) 대구지검장은 지역에 전혀 연고가 없다. 지난 2006년 대구고검 차장으로 1년간 근무한 것이 전부다. 그런데도 대구 사랑은 각별하다. 박 지검장은 "고검 차장 때도 그랬지만 왠지 대구사람과 대구의 모든 것에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박 지검장은 지난 1월 부임한 뒤 7개월 동안 대구 곳곳을 누볐다. 대구 토박이도 다 가보지 못한 대구십경(大邱十景)을 모두 둘러봤을 정도다. 평소 한학(漢學)에 심취해 있는 박 지검장이 대구십경을 돌아본 뒤 한시를 지었다.
曾聞大邱十景絶(일찍이 대구의 십경이 빼어나다는 말을 들었는데)
鶴樓無鶴月來明(금학루의 학은 없지만 달은 다시 밝게 떠오르는구나)
公山如古雲隨跡(팔공산도 예처럼 구름이 그 자취를 따르니)
留得人情士氣淸(사람의 정과 선비의 맑은 기상은 그대로 남아 있구나)
박 지검장은 "조선 중종 때의 문신 서거정이 남긴 '대구십경'시를 읽고 대구에 오자마자 한달음에 달려갔다"며 "사람에 의해 훼손된 경관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대구의 환한 미래를 볼 수 있는 것 같아 그 느낌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 한시는 대구지검 직원들이 구해 읽어볼 정도로 검찰 내부에서 잔잔한 화제를 뿌렸다.
그의 대구사랑은 부임한 뒤의 행보에서 나타난다. 지역 경제사정을 고려해 기업활동 저해사범 단속전담반을 꾸리는 등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실어줬다. 시민 1천19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했던 민생침해사범 단속에 검찰력을 집중, 많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초 박 지검장이 부임하면서 "민생경제침해사범을 철저히 단속하고 서민을 울리는 각종 불법행위를 뿌리뽑겠다"고 한 약속을 어느 정도 지킨 셈이다.
박 지검장은 곧 있을 검찰인사로 대구에 온 지 7개월 만에 대구를 떠나게 된다. 그는 "지금은 대구가 조금 힘들지만 대구사람들의 '정과 맑은 정신'으로 조만간 극복하리라 생각한다"며 "그동안 사랑을 베풀어주신 대구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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