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추]청양고추와 토종 고추

제주산'태국산 잡종교배…청송·영양이 원산지

현재 우리나라에는 1천500종 이상의 고추 품종이 나와 있다. 가히 '고추 홍수시대'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고추라고 다 같은 '고추'가 아니다. 고추에도 명품이 존재한다. 오랫동안 고추의 명품으로 통하는 대표적인 것이 '청양'고추다. 그렇다면 청양고추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또 한때 사라졌다 최근 부활하면서 '고추 명품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토종 고추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청양고추에 대한 오해

'청양'고추는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이 다른 고추에 비해 월등히 많고 향기가 강하며 과피가 두꺼워 오랫동안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청양고추와 관련한 오해도 존재한다.

청양고추가 토종 고추, 즉 재래종이라는 오해다. 흔히 '청양'(靑陽)고추를 충남 청양군(靑陽郡)에서 고유로 자란 재래종으로 생각하기 쉽다. 상표명 청양과 한자가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양'고추는 중앙종묘(현 세미니스코리아 전신)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고추의 상표명이다. 1983년 이 회사에 근무하던 유일웅(65'홍초원고추연구소장)씨가 제주산 고추와 '땡초'라 불리는 태국산을 잡종 교배해 개발한 것이다.

이 같은 오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청양고추의 원산지를 청양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청양고추의 원산지는 엄밀히 말해 경북 청송'영양이다. 청송의 '靑'과 영양의 '陽'자를 따서 '청양고추'로 명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양군 농업기술센터 이영갑 소장은 "당시 유 박사가 전국의 여러 지역에 시범 재배를 했는데 영양과 청송에서 성공적으로 수확되면서 '청양'고추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청양'고추는 실제로 청양군이 아닌 밀양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 한 해 생산량이 1만4천여t으로 전국 청양고추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토종의 부활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각 지역마다 재래종 고추가 있었다. 하지만 종묘사들이 앞다퉈 병충해에 강한 우수한 품질의 신품종을 내놓으면서 재래종은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재래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영양으로 이 지역 재래종이었던 '수비초'와 '칠성초'가 복원돼 일부 농가에서 꾸준히 수확하고 있는 것. 영양고추시험장에서 1995년 복원사업에 나서 2005년 복원에 성공했고 지금은 이 재래종들을 농가에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비초는 1960년 수비면 오기1리에서 재배된 고추 중 외관상 모양이 좋고 품질이 뛰어난 것을 채종한 것으로 한때 영양고추의 대표적인 품종이었다. 하지만 내병성이 약하고 시판품종에 비해 수량이 떨어져 1980년대 이후 쇠퇴일로에 접어들었다가 최근 복원됐다. 고추 꼭지가 우산형이고 과실의 끝이 뾰족한 모양으로 칼모양과 유사해 '칼초'라고도 불린다. 매우면서도 달고 씹는 맛이 뛰어나다. 현재 100농가 30ha에서 재배하고 있으며 일반 고추에 비해 2배가량 비싸다.

'칠성초'는 영양 일월면 칠성리에서 유래해 1980년대에 많이 재배되던 재래종으로 허리부분이 어깨부분보다 더 굵으며 끝이 뾰족한 모양으로, 붕어모양과 유사해 '붕어초'라고도 불렸다. 과의 무게가 무겁고 색깔과 광택이 좋아 건고추로 좋다. 하지만 이 또한 내병성이 약해 점차 사라졌다가 최근 복원됐다. 현재 10농가 1ha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일반 고추에 비해 2.5배가량 비싸다.

영양농업기술센터 김일현 계장은 "일반 고추보다 비싼데도 옛맛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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