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고장 이야기]'구미의 찬가' 에 얽힌 사연

구미의 찬가를 작곡한 길옥윤씨가 음악전문학교를 세우려고 생각했던 금오 저수지 아래 산자락에는 현재 교원연수원(앞쪽)과 경북외국어고(오른쪽)가 들어서 있다. 정창구기자
구미의 찬가를 작곡한 길옥윤씨가 음악전문학교를 세우려고 생각했던 금오 저수지 아래 산자락에는 현재 교원연수원(앞쪽)과 경북외국어고(오른쪽)가 들어서 있다. 정창구기자

'금오산아'와 '구미의 찬가' 그리고 '시민의 노래', '향토의 노래'. 이 가운데 구미를 공식 대표하는 홍보 노래인 구미시가(龜尾市歌)는 어느 것일까. 그리고 그 구미시가에 무슨 얽힌 사연을 아십니까?

구미시 등에 따르면 1995년 구미시와 선산군의 통합 전 구미시 상징 노래로는 '구미의 찬가'와 '시민의 노래'가 있었고, 선산군의 군가(郡歌)는 1960년대 제정된 것으로 추정되는 '향토의 노래'였다. 현재 기록상(2009년 발간 구미시정30년사) 공식 시가(市歌)는 '시민의 노래'다. 그러나 구미시 홈페이지에는 '시민의 노래', '구미의 찬가' 등 두 노래가 모두 소개돼 있고 구미시가 발간한 또 다른 홍보물과 2009년 구미시 업무노트에는 '구미의 찬가'만 실려 있기도 하다.

그런데 구미시는 2008년 트로트풍(風)의 노래를 하나 더 만들어 보급했다. 대중가수인 이자연씨가 부른 '금오산아'가 그것. 따라서 구미시의 홍보노래는 '시민의 노래'와 '구미의 찬가' 그리고 '금오산아' 등 3개인 셈.

'시민의 노래'는 1978년 구미읍이 구미시로 승격된 뒤인 1980년2월5일 시가 제정자문위원회을 열고 제정을 확정해 지은 노래. 하지만 구미시는 이 노래가 마치 교가(校歌)처럼 무거워 잘 불려지지 않고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는 터에 1984년 '제 22회 경북도민체전'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새로운 시가를 1983년 제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구미의 찬가'다. '향토의 노래'는 선산군과 구미시의 분리로 1982년 가사 일부가 개정되기도 했다.

'구미의 찬가' 탄생에는 사연이 얽혀 있다. '서울의 찬가'(길옥윤 작사·작곡, 패티 김 노래)처럼 시민이 다 함께 부를 노래를 만들기 위해 1983년 도민체전 준비위원회가 전국적으로 가사 공모에 들어가 200여점이 응모했으나 당선작이 없었다. 이에 위원회는 당시 김종욱 구미시 기획실장과 견일영 구미여고 교사에게 가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공무원이었던 김 전 실장은 이름 대신 강정(江亭)이라는 호를 사용했다. 두 사람의 가사에 대해 길옥윤씨에게 작곡을 부탁했다.

당시 김 전 실장과 길씨는 개인적으로 친분있는 때였다. 또 길씨는 금오저수지 아래 산자락(현재 교원연수원과 경북외국어고 부근 추정)에 음악전문학교 설립계획을 추진하는 등 구미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기꺼이 작곡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씨 작곡의 두 작품에 대해 음악교사 등 전문가 대상의 합평회(合評會)를 통해 김씨 작품을 최종 선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김 전 실장은 "노래를 선정한 뒤 가수로는 길씨와 막 헤어진 패티 김에게 부탁하려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서울대 음대를 나와 활동 중이던 권성희씨가 부르게 됐다"고 증언했다. 김 전 실장은 또 "'구미의 찬가'의 작사자 '강정'이 아직도 본명 대신에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구미(선산)의 상징 노래는 '향토의 노래', '시민의 노래', '구미의 찬가', '금오산아'가 중복 혹은 대체되면서 변천돼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구미의 찬가'를 작곡한 길씨의 음악전문학교 설립계획 관련해 김 전 실장은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구미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금오저수지 아래 3만(9만9천㎡)~5만평(16만5천㎡) 규모의 학교를 세울 구체적인 장소까지 물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인열 기자 oxen@msnet.co.kr

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구미의 찬가

1. 희망에 찬 이거리 빛나는 내고장/마주보는 눈길마다 정다운 미소/너와 내가 처음 만나 사랑맺은 금오산/봄에는 개나리 피고 가을이면 단풍이 불타네/오!구미는 내고장 구미는 내사랑/오!구미는 꿈이 깃든 영원한 내고향/영원한 내고향

2. 낙동강 굽이치는 살기좋은 내고장/눈부신 아침해가 솟아오르면/집집마다 일터마다 웃음꽃이 활짝 피고/하늘에 비둘기 날면 우리의 푸른 꿈 영그네/오!구미는 내고장 구미는 내사랑/오!구미는 꿈이 깃든 영원한 내고향/영원한 내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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