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on's name is Michael'
지난 5월 미국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은 지난해 미국에서 신생아들에게 가장 많이 붙여진 이름으로 여아는 '엠마(Emma)', 남아는 '제이콥(Jacob)'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사회보장국은 1997년부터 신생아들의 이름을 기록, 통계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당선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기 덕에 '버락(Barack)'은 남아 이름 순위상승 부분에서 역대 최고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아 이름에서 1위를 차지한 '엠마'. 하지만 이 '엠마'라는 이름이 여아 이름에서 12년째 1위를 지킨 '에밀리(Emily)'를 제치고 가장 인기있는 이름으로 오른 데는 대중문화의 영향이 상당했다. '엠마'가 인기 이름이 된 것은 2002년 미국의 유명한 시트콤 '프렌즈'에 출연한 제니퍼 애니스톤이 극중에서 출산한 여자아이의 이름을 '엠마'로 지으면서부터. 그해 인기몰이로 '엠마'라는 이름은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 올해에는 1위에 올라섰다.
남아의 경우 '엘비스(Elvis)'라는 이름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로 대중문화가 신생아 작명에 미치는 영향은 적잖다. 우스갯소리로 올해 유명을 달리한 '마이클 잭슨'의 이름을 따 'Michael'이라는 이름이 올해 신생아들의 이름 중 가장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돈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이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중문화, 특히 드라마나 소설 속 등장인물의 이름을 신생아의 이름으로 짓는 경우가 적잖다. 외모나 심성을 닮으라고 짓는 경우도 있지만, 부르기 쉽고 예쁘다는 이유에서 짓는 경우도 많다. 불리기 쉬운 이름이라야 혀끝에 머무는 느낌도 좋아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을 듣는 당사자의 감성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 때문에 믿음을 중요시하는, 신앙을 갖고 있는 이들의 경우 성인들의 이름을 따 이름을 짓기도 한다.
◆믿음의 길을 가거라, 경전 속 이름들
기독교의 경우 성경에서 이름을 따오는 경우가 많다. 가톨릭 신자들의 경우 세례명에서 이미 성인들의 이름이 나타나지만, 기독교의 경우 세례명을 따로 갖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성경 속 인물의 이름은 주로 기독교 신자들의 자녀들이 대부분. 이 같은 경향도 초기 성직자들의 자녀에게서 많았지만, 지금은 일반 신자들도 성경 속 인물의 이름을 자녀에게 붙이는 경우가 적잖다. 특히 두 글자로 된 성경 속 인물들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이름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이름이 바로 '요한'이다. 영어식으로는 'John'으로 해외에 나가더라도 굳이 이름을 바꿀 필요가 없다. '요셉'도 마찬가지. 'Joseph'라는 이름으로 쓰일 수 있다. '모세', '노아' 등도 대표적인 이름 중 하나다. 여아의 경우 '안나', '사라'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불교의 경우 훌륭한 스님들의 이름을 따라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불경으로 치부되기 때문은 아니지만 굳이 같은 이름을 쓸 필요는 없다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이름이지만 무슬림들의 경우 선지자인 '모함마드(마호메트)'를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상당수다. '모함마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이나 권투선수인 '무하마드 알리'가 대표적으로 모두 신앙과 관련된 이름들이다.
◆드라마, 소설 속 주인공을 딴 이름들
2004년 겨울 지상파에 방영된 한 미니시리즈의 여자 주인공이었던 탤런트 임수정의 극중 이름, '은채'는 2005년 여아의 이름 선호도 1순위였다. 극중에서 임수정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지만, 이후에도 여아들의 이름 중 '은채'라는 이름을 적잖게 찾을 수 있다.
홍은채(4·여·경기 수원)양의 경우도 마찬가지. 홍양의 어머니 최지은(34)씨는 "드라마 결말을 떠나 이름이 부르기 쉬웠고, 기억하기도 좋고, 예뻤기 때문에 이름으로 정했는데 나중에 보니 같은 이름이 많아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드라마 주인공 이름을 아이 이름으로 짓겠다고 결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집안에서 추천해주는 여러 이름 중 드라마 속 주인공 이름이 들어가 있다면 드라마 속 주인공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그 이름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 특히 여아의 경우 돌림자가 없어 이름 짓기 편한 면도 있지만 '비극적 여주인공의 이름'이라는 단서가 깔리면 곧 떨떠름한 반응이 돌아오기도 한다.
대구의 한 대학에서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안재홍(33·대구 북구 대현동)씨는 2006년 딸이 태어났을 때 이름을 '은서'로 지으려했다가 주변의 심각한 반대에 부딪혔다. 2000년 가을, 공중파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탤런트 송혜교의 극중 이름을 따 '은서'라는 이름을 붙이려했지만 부인은 물론 집안 전체의 반대가 있었다는 것. 안씨는 "이름을 지을 때 '은서'로 지으면 극중 인물처럼 아이가 착하게 자랄 것이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주변에서 '은서'라는 인물이 착해도 비극적인 삶을 살면서 굴곡이 많은 운명을 안고 있다고 해서 반대했다"고 했다. 안씨는 결국 딸의 이름을 '소윤'으로 지었다. 안씨는 "'은서' 외에도 여러 이름을 생각해냈지만 예쁜 이름이면 여주인공이 대부분 슬픈 역할일 때 이름들인 것 같아 이름 짓기 쉽잖았다"고 했다.
최민국(37·대구 남구 대명동)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故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를 감명깊게 읽었다는 최씨는 2001년 딸아이의 이름을 '서희'라고 지으려다 역시나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 때문에 이름을 '정빈'이로 지었다. 최씨는 "소설 속 인물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방식이 맘에 들었는데 친인척들을 설득하기 쉽잖았다"고 했다.
◆이름을 지어야하는 사람들, 어떻게 지을까.
인물들이 많이 등장해 정작 쓰는 사람도 헷갈릴 만한 소설은 어떨까. 소설가들의 경우 직접 이름을 짓는 경우, 실제 인물의 이름을 따오는 경우, 그것도 아니면 '그' 혹은 '그녀'라는 비교적 편한(?) 작명으로 소설의 인물에 이름을 붙인다.
한 소설가는 '김영부'라는 이름을 작품 속에서 주로 사용했는데 이유는 착한 이미지를 내는 보통사람의 이름으로 가장 적절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김영부'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는 이 소설가는 "그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글을 쓰면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장소설인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저자 심윤경씨도 주인공의 이름을 '박동구'라고 붙였다. 해독능력에 문제가 있어 난감한 상황에 자주 빠지는 주인공에게 가장 적절한 이름이 '동구'였다는 게 그의 답.
올해 매일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인 '탱고'의 저자 김은아씨는 자신의 작품에 주인공의 이름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와 '그녀'만 등장한다. 이유는 어렵지 않았다. 김씨는 "'그'와 '그녀'는 현재를 살고 있는 '그'와 '그녀'의 보편적 모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그'와 '그녀'를 소설 속에 자주 등장시키는 소설가로는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으로 유명한 공지영씨가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