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녘의 베이징(중국) 시내. 경극의 악기 소리와 함께 '18나한 손오공과 싸우다'가 공연 중이다. 극장 관리인 '한'은 오늘 40년 근무를 마지막으로 퇴직한다. 다음날, 죽은 아내의 사진과 약간의 짐을 들고 거리로 나선 그는 정박아 '하밍'을 만나 친해지고, 그에게 이끌려 공원에 간다. 공원에는 자신과 동년배 노인들이 경극을 즐기는 모습이 보인다.
노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경극을 무대에서 공연하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게 되는데, 이 준비에 '한'보다 적임자는 없어 보인다. '한'은 경극을 취미로 생각하는 그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그러나 혹독한 훈련에도 불구하고 축제날 '예술대회'에 출전했다가 낙선하면서 '한'은 점차 고립된다. 게다가 그들이 빌린 연습 장소가 곧 철거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상황은 극도로 악화되고 만다.
노인들은 이사를 시작하지만 사소한 일로 한과 '한 샨슈이'가 큰 싸움을 벌이고, 그 결과 한이 극단을 떠나게 된다.
1일 오후 11시 10분 EBS를 통해 방영되는 영화 '즐거움을 위하여(For Fun)'(1993년 작)는 퇴직한 노인의 모습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관계, 그리고 모든 것이 아스라히 사라져가는 중국의 현재를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비롯하여, 인간의 기본적인 존재 조건에 대한 탐구는 중국의 영화감독들에게 언제나 부담스러운 화두였다. 대부분의 중국 감독들이 인간 조직, 또는 개인의 욕망과 제도의 억압과 같은 대립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것에 비해 이 영화의 닝 잉 감독은 보다 유연하게 사물을 그려낸다. 그래서 영화는 부드럽고 흐뭇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즐거움을 위하여'는 중국의 오늘을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하고 싶어하는 닝 잉 감독의 노력으로 정감어린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채소를 길가에 쌓아놓고 파는 모습, 영화표를 사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극장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축제날 시장을 벌인 수많은 장사꾼들 등 영화는 현재의 중국을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이 모습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에서 곧 사라져갈 풍경들이기도 하다. 방송 길이 93분, 15세 관람가.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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