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회 투표 조작 용납할 수 없는 일

지난달 22일 미디어법 처리 이후 여야는 투표 절차의 適否(적부)를 놓고 헌법적 사법적 판단으로 싸움을 확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투표방해를 주장하며 민주당 의원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면서 본회의장 투표방해행위 동영상을 증거라고 공개했다. 이미 민주당은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개정안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놓은 상태다.

한나라당이 공개한 녹화테이프에 찍힌 투표방해 모습은 눈을 의심할 정도다. 민주당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 자리를 헤집고 다니며 투표 모니터 버튼을 마구 눌러대거나 모니터 자체를 슬쩍 감추는 장면은 국회의원이 하는 행동이라고 믿기 어려운 것이다. 아무리 견해가 다르다고 해도 하나하나가 헌법기관인 사람들이 다른 의원의 의사를 조작한다는 게 제 정신인가. 국가의 중대사를 다루면서 아이들 장난처럼 놀았다는 것은 우리 국회의 자질과 수준을 발가벗겨 드러낸 것이다.

투표를 막기 위해 손과 팔을 붙잡거나 남의 자리에 앉아 버티는 투표방해 역시 기본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하지만 격한 상황에서 그보다 더한 충돌도 숱하게 보아온 터라 못 넘어갈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찬성을 취소 버튼으로 뭉개버리고 본인 몰래 반대나 기권으로 투표를 조작했다면 이것은 간단한 얘기일 수 없다.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대리투표와 마찬가지로 국회를 시장바닥보다 못하게 만드는 헌법 파괴적 범죄행위다. 국회의원 이전에 민주시민의 소양 자체를 결여한 소행인 것이다.

민주주의는 한 표 한 표 주권 행사로서 성립한다. 천근 같은 한 표다. 의회주의 꽃인 국회에서조차 투표 행위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원천적 부정이다. 한나라당 의원 모니터를 만져 반대 버튼 누른 것을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도 있는 모양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신성한 권리를 이해 못 하는 소치일 것이다.

민주당은 투표방해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한나라당 대리투표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라고 한다. 본회의장 CCTV 자료만 공개하면 한나라당 부정투표는 밝혀질 것이고 투표방해는 정당성을 인정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양측이 서로 고소 고발을 해놓았으니 사실관계가 밝혀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장도 사법당국에는 CCTV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투표를 조작한 행위는 국민이 두고두고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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