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여름은 여름답게 이열치열 뜨거운 음식으로 가끔씩 보양을 해줘야 내 몸에 예의를 표하는 것 같다. 특별한 복날에는 뭔가 특별한 음식으로 친구나 동료와 함께 웃으며 소주 한잔 기울이고 싶은 것이 대한민국 사람이다. 그런 희망사항을 늘 알고나 있는 듯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다. "오늘 저녁 같이 하실래요?" 반갑고 반갑다. 그래서 사양도 염치도 잊고 "네, 감사합니다"라고 얼른 답을 보낸다.
'시골에 집을 짓고 친구들을 마음껏 초대해서 넓은 뒷마당에서 삼겹살도 구워먹으며 같이 어울려 살고 싶다'는 남편의 소원대로 6년 전 시골로 이사를 왔다. 우리와 비슷한 이유로 함께 모여 단지를 형성한 이웃과는 물론이고, 같은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과도 부쩍 가까워져 이렇게 핑계만 생기면 서로 초대를 하는 것이다.
장날 고등어가 물이 좋았다는 것도 초대의 이유이고, 낚시를 했으니 매운탕을 끓일까 튀김을 할까 하는 것도 행복한 고민이다.
여름이라 옻닭으로 보신도 해줘야 하고, 겨울이면 감자탕이나 동태찌개로 추위도 이기면서, 대게도 한번쯤 먹어볼까 하고 호강의 기회도 노려본다. 그래도 으뜸은 청국장이니 단골 메뉴이자 비장의 무기이다.
시간만 맞으면 밭에서 금방 뽑아온 상추와 고추, 마음 좋은 옆집 형님이 가져다 준 부추에 매운 고추 송송 썰어넣은 부침개 한 장으로도 임금님 부럽지 않은 밥상에 초대되는 것이다.
특히 자주 모이는 사람들은 '하느님도 모르는 촌수'를 형성해 서로 마음 편한대로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서로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부부들끼리 '장모, 대모, 언니, 형수, 대부, 아주버님, 형님'이라고 서로를 부르니 그 관계가 자못 수상하다.
제일 맏이 격인 큰집에서 자주 먹는 저녁식사는 초대받는 사람, 불림 받는 사람으로서의 행복감을 만끽하게 해준다. 정성이 깃든 소박한 밥상과 소탈한 대화가 없었다면 자연과 함께하는 시골생활도 오히려 외롭고 심심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누군가 나를 기억하여 불러준다는 것은 그가 나를 잊지 않아서이니 어찌 그 부름을 특별한 초대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를 불러주는 가족과 이웃과 학교와 친구들이 마냥 고맙다. 그 중에서도 정성 가득한 밥상은 뜨뜻한 가족 같은 기쁨을 주니 나도 많이 받은 사랑을 밥상으로 보답해야 할 것 같다.
금동지 대구가톨릭대 외국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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