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름? 가을?…곤충들도 헷갈려

이상기온에 벌떼·꽃매미·외래해충 때아닌 습격 주의보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도심 주택가로 찾아드는 벌떼들의 공습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벌집 제거 요청을 받고 출동한 달성소방서 119구조대원들이 벌떼를 퇴치하는 모습.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도심 주택가로 찾아드는 벌떼들의 공습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벌집 제거 요청을 받고 출동한 달성소방서 119구조대원들이 벌떼를 퇴치하는 모습.

고온다습한 이상 기온이 계속되면서 벌과 잠자리 등 곤충들이 때 이른 기승을 부리고 있다. 늦여름에나 나타나는 벌떼들이 민가를 공격(?)하는가 하면 중부지방에서 악명높은 꽃매미가 대구 인근까지 접근하는 등 기온변화에 따라 곤충들이 세력범위를 계속 확장하고 있다.

◆곤충들의 때 이른 습격=예년보다 벌들의 출현시기가 훨씬 앞당겨졌다. 8월 중순부터 9월에 주로 활동하는데도 올해는 6, 7월부터 대거 출몰하고 있다. 기온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때문이다.

대구 달성소방서 119구조대에 따르면 지난달 벌집 제거와 벌 쏘임 등 벌출현에 의한 출동건수가 1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건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말벌에 의한 신고건수도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엔 1건에 불과했다. 동부소방서 119구조대의 경우 지난해 6월~9월까지 넉 달간 출동건수가 26건이었지만 올해는 매달 10건 이상씩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포항남부 소방서는 지난 30일 하루동안 4건의 벌떼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포항북부 소방서도 용흥동 아파트에 벌떼 출몰 신고를 접수하고 벌집을 제거했다. 지난해 6, 7월 포항에는 벌집 제거요청 신고가 16건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9건으로 크게 늘었다. 상주소방서도 7월 들어 11건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31일 대구 달서구 월성동 한 아파트 1층 화단에 말벌집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119구조대가 출동했다.

달성소방서 관계자는 "벌떼는 도시나 시골을 가리지 않고 비와 햇볕을 피한 으슥한 곳이면 어디든 집을 짓는다"며 "벌떼가 습격하면 몸을 흔들거나 소리를 지르지 말고 조용하고 그늘진 곳에 숨은 뒤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따뜻해진 기후가 벌레를 부른다=대구시내 각 공원에는 계절감각을 잃은 잠자리떼가 날아들고 있다. 도로변에 나타나는 잠자리는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발견되지만 올해는 출몰시기가 크게 당겨졌다. 포도나무를 고사시키며 이른바 중국매미라고 불리는 주홍날개꽃매미도 확산 추세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꽃매미는 지난해 출현 면적이 91ha에서 올해 2천765ha로 30배나 세력범위를 넓혔다. 그동안은 경기 8곳, 충남 5곳, 충북 2곳 등 중부 지방에서만 발견됐지만 올 들어 경북 영천의 포도밭에도 출현하는 등 경북지역 4곳에서도 발견되는 등 점차 남하하고 있다. 경북지역에는 아직 꽃매미의 천적이 형성되지 않아 유입될 경우 피해가 극심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길어진 여름과 따뜻해진 겨울을 이유로 들고 있다. 여름이 길어지면서 곤충들의 출현시기가 빨라지고, 겨울철 온도가 상승하면서 월동에 성공한 벌레들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는 것. 특히 기후가 난온대화하면서 북상하고 있는 남방식물을 따라 곤충들도 따라 올라오거나 외래 해충이 상륙하고 있다. 실제 남해안에만 서식하는 청띠제비나비의 서식지가 북상하고, 양버즘나무에서 서식하는 방패벌레도 10여 년 전 미국에서 건너온 뒤 가로수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다.

경북대 권용정 교수(응용생명과학부)는 "곤충은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생활기온이 높을수록 증식 조건이 좋아져 수가 늘어나지만 서식 공간은 줄어들기 때문에 주택가로 유입된다"며 "외래 해충의 경우 먹이사슬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피해를 막기 힘들다"고 했다. 이홍섭기자 이상원기자 장성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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