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청은 3일부터 제증명 발급 및 각종 민원접수 수수료를 신용카드 또는 교통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에서 지난 2월 수성구청이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 관공서와 공기업은 신용카드 납부를 거부하는 곳으로 악명 높다. 몇백원도 신용카드 계산이 가능한 세상이지만 각종 공공요금과 정부 수수료 등은 신용카드를 쓸 수 없는 분야가 많다.
◆여전히 신용카드 사각지대=직장인 신모(29)씨는 최근 출장을 앞두고 여권을 재발급받기 위해 구청을 찾았다 낭패를 봤다. 회사 출장에 관련된 각종 비용은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권 인지대는 현금 납부만 가능했기 때문. 마침 현금이 2만원밖에 없었던 신씨는 현금지급기에서 수수료 800원을 부담하고 현금을 인출했다. 신씨는 "담배 한 갑을 사도 신용카드 계산이 가능한 세상에 민원인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공공기관이 신용카드를 거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공공요금과 정부 수수료, 학비 등은 신용사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일반용·산업용·학교용 전기요금, 도시가스 요금, 상·하수도 요금, 직장연금·건강보험료 등도 '카드 사절'이다. 수천 종류에 달하는 각 행정기관의 인·허가료도 신용카드 납부가 제한된다. 전국 380개 대학 가운데 328개 대학과 고교, 유치원 학비도 신용카드로 낼 수가 없다.
지방세의 경우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지만 5개 카드사(삼성·비씨·현대·신한·롯데)로 제한돼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지방세 신용카드 납부를 위해서는 별도 시스템을 갖춰야 하나 일부 카드사들이 수익률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계약을 꺼린다"고 했다.
◆연말까지 전 분야 확대될까?=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말 전기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과 정부 인·허가료 등의 수수료, 대학등록금 같은 학비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각 기관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내년부터 여권 인지대 신용카드 납부가 가능한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으며, 교육과학기술부도 신용카드 수수료는 해당 기관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해 대학 등에 시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막대한 수수료 부담이 문제다. 대구도시가스의 경우 최대 수수료율(2%)을 적용할 경우 연간 부담해야 할 카드 수수료만 950억원에 달한다. 대학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경우에도 연간 수수료가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도시가스 측은 "전국도시가스협회의 공동대응을 통해 가급적 수수료를 내지 않는 방안을 만들기 위해 협의 중"이라며 "만약 수수료 부담이 생길 경우 공급비용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어 고민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방세를 납부할 때 쓰이는 '신용공여방식'이 카드수수료 부담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공공요금의 금액이 많아 신용카드 결제일과 대금납부일 사이의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카드사가 이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방식이다.
수성구청의 경우 당초 예상보다 카드 수수료 부담이 없다고 밝혔다. 각종 민원서류 발급비용까지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는데도 한 달 수수료가 10만원 정도다. 구청 관계자는 "신용카드 사용자가 전체의 5%에 불과해 우려했던 '수수료 부담'은 적다"고 말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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