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가입 고객 300만명에 1조원 시장. 이 시장을 두고 경쟁이 뜨겁다. 상조업체들은 저마다 고객을 잡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 전략을 내세우며 안간힘을 쏟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상조에 가입하면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알뜰 재테크가 될 수 있다. 막상 경조사에 직면해 각종 물품 구입이나 서비스를 받으려고 하면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지만 미리 상조회에 가입해 놓으면 이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업체 선택에 따라 재테크가 아니라 고생길이 될 수 있으므로 상조회사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상조업이란
미래에 발생할 관혼상제에 대비해 상조업체가 판매하는 상품에 미리 가입함으로써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산업.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성행했지만 우리나라 경우 대구와 부산이 시발지역이다. 부산상조는 1982년 4월 설립됐고, 이후 대구상조가 6개월 뒤 문을 열어 우리나라 상조업이 시작됐다. 영남이 본류인 셈. 전체 상조업체의 절반 이상이 영남권에 있다. 상조업체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매월 2만~6만원씩을 불입(5년)하면 행사를 치를 때 필요한 물품 및 서비스를 상조업체가 제공해준다.
미래에 대비한다는 점에서 보험과 비슷하지만 보험과 달리 상조는 권리를 양도·양수할 수 있고, 만기가 지나도 서비스를 그대로 받는다. 또 완납 전 서비스를 받았을 경우 남은 금액을 일시에 지불해야 한다는 점도 보험과 다르다.
◆얼마나 도움되나
이영우(49)씨는 최근 부친상을 당한 뒤 상조에 가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갑자기 돌아가셔서 정신이 없었는데 상조회사가 장례식장 선정에서부터 각종 장의용품까지 다 지원해줘 무사히 일을 치뤘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가입을 권유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월 5만원씩 60회(총 불입금 300만원) 들어가는 장례상품에 가입했을 경우 최고급 관, 수의세트, 명정, 굴건제복에서부터 4명의 행사도우미까지 장례 절차에 필요한 용품 거의 대부분을 제공받는다. 상주 입장에서는 음식물만 준비하면 신경쓸 일이 없다. 상조업계는 "직접 감당하려 할 경우 30%에서 많게는 50%까지 돈이 더 들어간다"고 했다.
결혼식도 마찬가지. 예복, 미용, 맛사지, 사진·비디오 촬영, 폐백음식, 신혼여행앨범까지 제공해준다. 업체들마다 대체로 180만원(3만원*60회)·240만원(4만원*60회)·300만원(5만원*60회) 상품을 판매한다.
◆이런 업체를 선택하라
상조에 가입하는 것은 필요할 때 원하는 양질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이다. 그럴려면 제대로 된 업체를 선택하는 것은 필수.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국에 281개(대구경북 47개) 업체가 있지만 대부분 영세하다. 그래서 소비자 불만이 상당히 높다. 상조업체를 선택하기 위해 기사를 검색하면 거의 대부분의 기사가 부실한 상조업계를 다룬 내용들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전국 상조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38개 업체에 대해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시정권고나 과태료 처분을 내리고 일부 업체는 미등록 불법다단계 영업을 해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상조 가입을 하려면 ▷공정위가 만든 표준약관 사용 ▷반드시 문서로 계약(대체로 방문판매에 의존하다보니 말만 믿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절대 금물) ▷재무상태를 명확히 공개 ▷실제 이행여부 점검가능(제대로 된 업체는 당일 행사 내용을 홈페이지에 고시한다)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업체를 골라야 한다.
◆소비자들의 불만 유형
가장 큰 것은 계약해지시 납입금 환급을 거절하거나 과도한 위약금을 물리는 것.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사례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도 주요 불만 사항. 고객이 낸 돈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는 전혀 없다. 업체가 파산할 경우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상조업체들은 대체로 규모가 작아서 외부 회계기관의 감사대상도 아니다. 전국상조협회 가입 업체 중 외부감사를 받을 정도의 규모(자산 100억원 이상)가 되는 업체는 대구상조를 비롯해 11곳에 불과하다.
소비자 피해가 있을 때는 소비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해야 하지만 이것도 업체의 자금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만큼 업체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고객 보호를 위해 고객예탁금의 50%를 의무적으로 사외예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데 이게 시행될 경우 상조업 정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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