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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국가 지식기반 진화의 기회

전 국립국어원장·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이상규 교수
전 국립국어원장·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이상규 교수

지난 6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 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한글의 보편성과 경쟁력 제고방안'(세종사업 추진방안) 등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광범위한 일반인 참여를 바탕으로 수요자 중심의 '새한글사전' 등 개방형 한글지식사전 편찬을 추진한다"고 결정한 것은 지식중심국가로 향하는 국가경영의 중대한 출발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국어규범의 근간을 이루는 현재의 표준어 범위는 지나치게 제한돼 있어 모국어의 지역적·사회적 다양성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인터넷 환경의 발달로 폭발적으로 밀려오는 서구의 신지식 언어와 우리나라 내부에서 생산되는 신조어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국어의 규범 전반을 재검토할 시점인 것이다.

현재 모든 어문규정을 모두 '한국어문규정집'에 담아낼 수 없기 때문에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어 지침으로 삼고 있지만 어문 규정의 표준어 범주와 이 사전이 담고 있는 표준어 범주가 일치하지 않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한국어문규정에 담고 있는 규범은 미시적이고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들은 어려워서 이를 운용하는 데 불편을 느낀다. 국어맞춤법뿐 아니라 국가별로 만든 외래어 표기법 세칙이나 로마자 표기 등에 맞추어 글을 쓰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이 대목에서 꼭 점검해야 할 중요한 사안은 국어규범을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어정책과가 언어 생태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사려 깊은 철학적 사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국가사업으로 기획될 '새한글사전'은 한국어의 참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현재 표준어라고 하는 매우 제한된 언어로서는 폭증하는 지식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국가 지식체계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서 표준어의 둥지 밖에 방치돼 있는 전문용어, 신어, 한자어, 민속생활어휘, 지역어, 각종 학술용어 등을 규범에 맞게 재정비하면서 표준어 대상의 외연을 대폭 넓혀야 한다.

덧붙여 규범 검색, 전자 사전 지원, 전문용어 검색, e-book, e-학습기, GPS, DVD, 게임기 등 다양한 기기를 하나로 융합하여 실용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국가지식과 정보 기반을 강화하는 일은 일반 대중들의 지식능력을 고도화할 뿐 아니라 대중들로부터 지식 생산과 관리를 다시 협업할 수 있는 뛰어난 순환적 지식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릇 스스로 생산한 고급 지식과 정보를 소비하는 수준 높은 프로슈머의 양성이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지름길인 셈이다.

전 국립국어원장·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이상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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