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도시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국의 유명 도시들이 문화유적 보존과 개발이라는 두 가지 문제의 조화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적보전과 보호를 강조할 경우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적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신중국 건설 이후 오랫동안 방치돼 오다시피 하던 문화유산관련 정책이 개혁개방 이후에야 본격화된 것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1968년부터 10여년간의 '문화대혁명' 시대를 거친 중국에서 문화유산들은 파괴하고 약탈할 봉건시대의 유산이었지 보존과 개발의 대상이 아니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정부는 뒤늦게 문화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됐다. 1980년대 초반 역사문화도시(歷史文化名城)제도를 마련, 시행하기 시작했고 중국 전역에 산재해 있던 역사유적에 대한 전면적인 파악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활동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87년 만리장성과 자금성, 진시황릉과 병마용, 뚠황(敦煌) 막고굴 등 6건의 중국내 문화유적이 한꺼번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후 중국내 세계문화유산은 꾸준히 증가, 현재까지 30여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상태다.
중국정부도 세계문화유산에 상응하는 100여곳의 고성(古城)을 '역사문화도시'로 지정, 정부와 성정부 차원의 보존 및 개발 노력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민간부문에서의 문화재의식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직접 대대적인 보존 및 개발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적잖은 문제점이 불가피하게 파생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산시성(山西省)의 명암
산시성 역시 문화유적 보존과 개발의 갈림길에 서 있다.
중국 산시성(山西省)은 지상유적과 고건축의 보고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문화유적을 보유하고 있다. 핑야오(平遙)고성(1997년)과 따퉁(大同)의 윈강(云岡)석굴(2001년) 등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적도 2곳이나 된다. 인접한 산시성(陝西省)이 병마용 등 지하유물의 보고로 불리는 것과 대비될 정도다.
그러나 산시(山西)성을 찾는 관광객 수는 병마용 등이 있는 산시(陝西)성에 비해 1/10에 그칠 정도로 크게 떨어진다. 아직까지 산시성의 관광자원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데다 산시성이 석탄산업의 메카로 알려질 정도로 낙후된 지역으로 낙인찍혀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산시성 정부가 핑야오고성 등 성내 관광자원에 대한 국내외 홍보활동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산시성 여유국(관광국)의 류커쥐엔(劉可娟) 부처장은 "산시성의 경제발전이 다른 지역에 비해 늦었다"면서 "수년 전부터 (성정부에서) 관광의 중요성을 인식, 산시성을 특징지을 수 있는 6개 주제별 여행상품을 만들어 대대적인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유적과 고찰 등을 중심으로 한 '우타이산(五臺山)고건축여행'과 '진상문화여행', '황허(黃河)문명여행' 등이 그것이다.
성정부와 각 문화유적을 보유하고 있는 지방정부도 대대적으로 문화유적 개발과 관광자원화에 나서면서 적지않게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핑야오고성 주변에서는 지나친 개발과 이에 따른 상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고성관리를 담당하는 문물국(文物局, 문화재관리국)과 여유국(旅遊局, 관광국) 간의 문화재보존과 관광개발을 담당하는 부서 간의 관리의 일원화, 혹은 관리주체 혼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여러 성정부에 주요 문화유적에 대한 관리와 관광산업 대책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문물국과 여유국이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은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다. 문물국이 개발보다는 보전위주의 보수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면 여유국은 문화유적보호보다 관광객유치에 더 몰두하는 것이 사실이다.
핑야오고성의 경우에도 그 같은 사실이 적나라하게 확인됐다. 핑야오고성은 10km 정도 떨어진 수앙린스(雙林寺)와 쩐궈스(鎭國寺) 등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동안 핑야오현은 관광객들이 급증하는 핑야오고성 보존과 복원에는 엄청난 재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두 불교사찰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않고 있다.
문화유산의 보존과 복원도 관광객 유치 등의 경제적 효과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기자가 둘러 본 수앙린스는 관광객이 많아 관리가 잘 된 우타이산(五臺山)내 불교사찰이나 쉬엔꿍스(懸空寺)와는 달리 절을 둘러싼 뒤쪽 성벽은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목조불상도 먼지가 켜켜이 쌓인 채 내팽개쳐진 듯이 보였다. 쩐궈스 사정은 더 나빴다. 사찰 앞에 세워진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팻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산시성 타이위안시, 핑야오현에서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