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서 활동하는 30대 청년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이들의 미술 작품은 흔히 말하는 '잘 팔리는 미술'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작가가 의도했기 때문인지, 세상이 이들의 작품 세계를 몰라주기 때문인지 굳이 따지려들 필요는 없다. 장르가 다르고 추구하는 방법이 다를지언정, 이들은 나름대로 미술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작품 속에서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들의 작품이 세계 경매시장에서 '억' 소리나는 가격을 형성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들 어떠랴. 꿋꿋하게 작업에 매진하는 청년 작가들의 모습을 보며 고단하고 팍팍한 삶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는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제12회 '2009 올해의 청년 작가 초대전'이 4일부터 16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30대 젊은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다. 지금까지 12차례에 걸쳐 작가 119명을 배출했다. 1월에 42명의 공모를 받은 뒤 2월에 심사를 거쳐 초대 작가 10명을 선정했으며, 올해 공모 분야는 순수 미술로 회화(서양화, 한국화)와 입체(조소, 영상, 설치).
장미진(평론), 박소영(평론), 김동광(한국화), 송중덕(서양화), 김성수(조소) 5명이 심사를 맡았다.
선정된 작가들도 각양각색이다. 김지현(한국화), 박경아(서양화), 김영삼(서양화), 조경희(한국화, 설치), 김봉수(조각), 홍창진(서양화), 박은진(설치), 김미련(영상설치), 강민정(서양화, 설치), 강윤정(설치) 등 10명. 작가 한 명당 전시실 한 곳씩 주어진다. 놀라운 일이다. 대체로 공간이 좁은 상업 화랑에서 열리는 전시는 개인전이라고 해도 많은 작품을 한꺼번에 보기가 쉽잖다. 게다가 공간 소비가 많은 설치 작품은 만나보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문예회관의 넓은 전시공간을 한 명씩 '독차지'했으니 작가들은 마음껏 작품을 펼쳐놓고 자랑할 수 있다. 관객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눈이 즐거워지는 전시인 셈.
전시 기획을 맡은 대구문예회관 박민영씨는 "올해는 평면 회화에서 벗어난 설치 작품이 많은 호응을 얻었고, 예년보다 더 자유로운 형식의 표현이 눈에 띈다"며 "기존 한국화'서양화의 표현 재료도 다양해지고, 평면과 설치의 경계도 불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소재의 다양성은 이번 전시의 큰 특징 중 하나. 한국화를 전공한 김지현은 한지에 그림을 그리는데서 만족하지 않았다. 부지런히 한지를 꼬아서 벽에 붙이고, 바닥에 흩어놓았다. '그리는 것만이 그림'은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 조경희는 '섹시함'을 상징하는 망사 스타킹으로 만든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속이 비치는 망사를 통해 욕망을 꿰뚫어 보고 있다.
조각가 김봉수는 석고, 화강석, 대리석이 얼마나 유연해질 수 있는지 실험하는 듯하다. 강윤정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이를 얇게 겹침으로써 '틈을 그리는' 독특한 작업을 선보였다. 박은진은 여러 겹의 투명 아크릴 위에 독특한 조명과 이미지를 담아 낯선 공간감을 자아낸다. 강민정은 셀로판 테이프와 레진 등으로 자신의 신체 일부를 뜨거나 밴드를 이어붙이면서 자신의 형상을 만들어 불완전한 정체성을 표현한다.
회화도 '발칙함'으로 무장했다. 박경아는 독특한 풍경화 형식을 통해 심리적 풍경을 보여준다. 마치 불안한 꿈 속에서 본 듯한 풍경이 거칠게 드러난 캔버스는 무서울 정도다.
김영삼은 'Another'를 전시 주제로, 상상과 심리에 존재하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작품 속에 드러냈다. 홍창진은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라 의식 속에 투영되는 이미지를 화폭에 옮겼다. 과연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묻는 듯하다. 김미련은 10년간의 독일 생활과 귀국한 현재의 공간에서 느끼는 낯선 이질감들을 영상언어로 나타내고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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