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0일 교육 받으면 건설현장 '초보' 탈출

비정규직 건설근로자 취업능력향상 프로그램 인기

대구경북 5개 취업훈련 전문기관들이 실시 중인
대구경북 5개 취업훈련 전문기관들이 실시 중인 '비정규직 건설근로자 취업능력향상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대구직업전문학교 실습 장면. 하루 220명가량이 참여한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섬유 공장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침체돼 이 업에 계속 종사해야 하느냐 회의가 들었다. 이번 기회에 섬유일 말고 다른 새로운 일을 찾고 싶어 지난 4월 퇴사를 했다. 구직활동을 하던 중 평소 건설업에 관심이 많았고 이번 기회에 전직도 해 보고 싶었는데 생활정보지를 통해 대구직업전문학교에서 비정규직 건설근로자 취업능력 향상 프로그램 훈련생 모집 안내를 보고 지원해 도면보기와 미장일을 배우고 있다. (박건배·31·대구 평리4동·미장반)

#기업체에 근무하다 퇴사해 14년 전 중화요리를 배워 주방장을 거쳐 2년 전에는 달서구의 한 아파트 상가에 내 가게를 내 사장이 됐다. IMF 때에도 중화요리집은 장사가 그런 대로 됐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밀가루 등 식자재값과 인건비·임대비용 상승에다 TV에서 위생상태 등 소비자 고발 몇 차례 방영되면서 타격을 받고 장사가 안 돼 지난달 폐업했다.

이번 기회에 전업을 해야되겠다고 결심을 굳혔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도면을 보는 법과 타일 붙이기 일을 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강수열·44·대구 용산2동·타일반)

#건축 공사장에서 10여년 동안 목수일을 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건축 및 건설업 경기가 예전만 못해 일감이 많이 줄었다. 최근까지 일했던 건축현장 완공으로 일거리가 없어 고민했다. 여기서 도면보기와 배관·용접 일을 배우고 있는데 앞으로 건축 현장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매우 고맙다. (김대열·50·대구 수성3가동·배관 용접반)

(재)대구직업전문학교 실습실에서 실시 중인 '비정규직 건설근로자 취업능력향상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240명 정원에 하루 평균 220명 이상이 이 교육 훈련에 참여한다.

이 프로그램은 새벽 인력시장에 나왔으나 일감을 구하지 못했을 경우 술을 마시고 취해 하루를 낭비하거나 쉬는 것보다는 훈련이라도 받는 것이 건설적이란 취지에서 시행되는 훈련프로그램. 교육훈련을 위탁받은 기관에는 프로그램에 따라 일정한 교육비를 훈련생 숫자만큼 지원하고 훈련생에게도 식대, 교통비로 하루 1만5천원씩을 지원해 준다.

노동부로부터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위탁을 받아 대구경북에서는 대구직업전문학교 등 5개 직업전문학교에서 훈련생을 모집해 실시 중이다.

훈련 내용은 5일 과정의 '도면 보기'교육과 20일 과정의 '미장', '조적(벽돌쌓기)', '용접', '방수', '타일', '배관' 등 기능 교육 등이다. 1차 교육을 받은 후 같은 교육이나 희망하는 교육을 1회 더 받을 수 있다. 타일과 미장 등은 여성 훈련생이 많지만 용접 배관은 남성들이 대부분이다.

대구직업전문학교 문강기 훈련부장은 "웹디자인 측량 설비 등 일반 실업자 재취업교육이 주로 1일 6시간씩 6개월 코스로 최소한 700시간 정도 한다. 이에 비해 비정규직 건설근로자 취업능력향상 프로그램은 최대 40일간 교육을 받으면 건설현장에서 가장 '기본'은 할 수 있게 되고 인건비도 '왕초보'보다 더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의 강사들은 주로 해당 분야에서 20∼30년 이상 실무 경력이 있는 베테랑들이 맡고 있다. 이들은 실전 경험을 토대로 쉽게 설명을 해 주고 실습도 지도해 훈련생들이 빨리 이해하는 등 훈련 효과가 높은 편이다.

박건배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도면 보기를 배우고 미장을 직접 실습 위주로 해보니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면서 "앞으로 타일 등의 기술도 더 배우고 싶은데 전문학원이 없어 40일 과정을 마치고 심화반을 편성해 주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꼼꼼한 성격으로 타일 일이 적성에 맞다는 강수열씨는 평생 직업으로 가질 생각이다. 그는 "취업을 위해서는 자기 소신이 필요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교육을 받는 등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면서 "모래뿐만 아니라 시멘트 등 더 많은 재료를 활용해 타일을 붙여보면 실전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대열씨는 "이 교육 훈련 기간이 현재 40일보다는 더 긴 3개월 정도로 늘렸으면 좋겠다"면서 "건설 건축분야에서 기능공으로 일하려면 3년 정도는 걸리는데 처음부터 제대로 잘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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