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명은 뽕나무 잎과 열매에서 비롯됐다.'
뽕나무는 척박한 땅을 유난히 싫어한다. 그 잎을 먹고 자라는 누에는 더러운 곳을 싫어한다. 중국 문명은 이 귀족적인 뽕나무와 예민한 누에의 삶에 길들여진 산물이다. 좀 과장된 면이 있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뽕나무, 즉 비단이 중국 문명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5무(畝)의 집 가장자리에 뽕나무를 심으면 50세 된 사람이 비단옷을 입을 수 있다.'
맹자에는 이 문장이 두 번 반복된다. 맹자에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반복되는 문장은 이 문장이 유일하다. 맹자가 살던 시절 5무는 평균 이상의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땅이었다. 5무 중 2무 반은 논밭이고 2무 반은 집을 포함해 주변의 땅이다. 집 주위의 땅 2무 반을 놀리지 않고 뽕나무 농사를 지으면 나이 50에 이르러도 풍요롭다는 말이다. 그 만큼 뽕나무와 누에는 중국인의 생활에 중요했다. 보통 나무의 용도가 목재나 땔감, 식용이었다면 뽕나무는 누에의 먹이로서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중국의 우위가 탄생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로 뽕나무를 들고 있다. 책은 뽕나무의 기원, 뽕나무와 누에의 신화, 전설, 문학, 양잠의 사회사적 전개, 비단으로 상징되는 중국의 부, '오랑캐'의 명명 및 조공질서 등에서 비단의 역할 등을 포괄적으로 아우른다.
누에가 자라 비단실을 토하도록 하기 위해, 뽕나무에 좀 더 많은 잎이 열리도록 하기 위해, 누에가 먹기 좋게 뽕잎을 가공하기 위해, 좀 더 섬세한 천을 짜기 위해 중국인들이 기울이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은이는 그 오랜 노력 속에서 중국 문명도 꽃피었다고 말한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요임금과 순임금의 고향인 산서성의 양잠업에서부터 섬서성, 사천성 등에서 발굴될 고대 중국비단 문명을 소개하고, 뽕나무가 자라기 좋은 토양과 기후에 따라 양잠업의 남하 과정에 대해 소개한다.
2부에서는 뽕나무와 누에의 합작품 '비단'에 관한 이야기다. 비단을 매개로 하는 중국의 고대 교역과 옷의 구별을 통해 신분이나 계급의 차이를 나타낸 과정, 옷으로 나라를 다스린 중국의 예치(禮治) 시스템, 조공 무역을 통한 화이(和夷)의 개념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3부는 청나라 때의 잠상업을 통시적으로 살피고 있다. 뽕나무의 사회경제사를 농가의 수입과 지역별 인구 밀도 등과 관련지어 서술했다. 특히 중국의 잠상업이 면화의 수입이나 여타 무역품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청의 쇠퇴와 연관지어 설명하는 부분은 흥미롭다.
한편 수나라의 운하 건설로 강북과 강남이 연결되면서 물자 이동이 급속하게 늘어났고 강북의 뽕나무는 강남으로 이동했다. 이후 비단 생산의 중심은 강남이 됐고 중국의 경제 중심지로 성장했다. 381쪽, 1만9천8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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