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진보의) 대북 자세는 너무 우호적이다. 김정일의 전체주의 체제를 비판하지 않고 수백만 기아의 비극을 미국의 봉쇄 탓으로 돌린다. 동구의 대전환을 말할 것도 없이 중국의 개혁개방모델을 추천할 만한데도 김정일의 선군체제를 오히려 존경하는 자세를 취한다. … 사회주의 정당은 민주주의 원칙을 우선적으로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주의가 아니라 나치즘이나 파시즘 스탈린주의와 같은 전체주의의 도그마에 빠지기 마련이다. 『사회민주주의의 길』 주섭일 지음/사회와 연대/382쪽/1만8천원
얼마 전 어쩌다 보니 백두산 관광을 가게 됐다. 이것은 관광이라기보다는 거의 '민족주의 성지 순례'에 가깝다. 대구에서 대련까지 7시간, 단동까지 5시간, 통화까지 또 4시간, 거기서 다시 백두산 천지까지 5시간, 콩나물시루같이 좁은 버스에서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다.
해가 지고 단동 시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니 신의주는 압록강의 폭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새까맣다. 저 멀리 어슴푸레한 불빛이 보이기에 물어보니 김일성 동상이란다. '지상 낙원'은 결국 '수령님' 동상 하나 남고 다 꺼졌다. 예전에 한 문인은 술김에 압록강에 뛰어들어 북한 쪽으로 헤엄쳐 갔다던데, 요즈음은 그런 객기마저도 너무 어두워서 엄두가 안 날 지경이다.
압록강변에서 보트를 타고 북한 쪽으로 접근해 봤다. 중국인 보트 운전사는 북한이 못살아서 온 산의 땔감을 다 벤 나머지 산사태가 일어난다고 잔뜩 고무되어 설명을 해 준다. 강변에 인민군 초소도 보이고 비탈에 매달려 칡을 캐는 아줌마도 보인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V자를 그리며 그 배경으로 가족 사진을 찍는다.
압록강 사파리가 끝나자 가이드는 여행객들을 북한 식당으로 안내한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북한 아가씨들이 3년간 해외 식당에 파견되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면서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앉아서 북한 술을 몇 잔 마시면서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드니 북한 아가씨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고거 디지털 카메랍니까? 한 번 봐도 되갔슴까?" 카메라를 받아든 그녀는 300장이나 저장된 '남조선의 사진'을 찬찬히 한 장 한 장 넘겨 보았다. "이론 디지털 카메라는 우리 북조선에는 집집마다 있슴다." 흑백 옷을 입은 그 아가씨는 그렇게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더니, 탐스런 시장경제 체제의 컬러 사진을 마지막 한 장까지 눈요기했다.
'한반도의 동베를린인 평양에 동독과 유사한 민주화 운동이 가능하겠는가?'라는 물음에 '다음 민주화 차례는 분명 조선이 될 것이다. 남한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노이에스 포럼의 간부)의 한반도 진단은 북한 공산체제가 16년이 지난 오늘 핵무기 보유를 주장한 점에서 보듯 완전히 빗나갔다. 특히 그때 (동독)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여성(메르켈)이 독일 총리가 된 사실에서 독일과 한반도의 시대적 격차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민주주의의 길』 상동
박지형(자유 기고가)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