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입학사정관제가 유행이다. 시험 점수가 아니라 人性(인성)'창의성'잠재력 등을 평가해 신입생을 뽑겠다는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 선발제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5월 5일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대학이 지켜야 할 공통 전형절차 및 전형요소 예시안을 만들었다. 그 주요 구성은 서류심사와 심층면접이다. 서류심사 단계에서는 자격심사와 학생부, 자기 소개서, 추천서, 수능성적 등에 대한 심사를 병행한다. 심층면접 및 토론 단계에서는 잠재력'창의성'소질'사고력 등을 파악하고, 가정환경'교육여건'고교특성'교육환경 조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도에서의 공정성'신뢰성 확보가 문제다. 공정성'신뢰성을 얻자면 상식선에서 선발해야 할 텐데, 그렇다면 잠재력'창의성 같은 숨겨져 있는 능력은 어떻게 선발한 것인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목적은 지금까지 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던 것을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능성적 또는 고교 재학 성적 외에도 다양한 능력의 요소들을 평가기준으로 하여 항목마다 기준을 정한다면 그것 또한 점수가 아닌가? 고등학생들은 이러한 기준에 맞는 교육을 받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또 다른 형태의 정형화된 인재를 뽑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창의성'잠재력이란 아직 결과가 나타나지 않은 숨겨져 있는 능력이다. 창의성이 있는가? 어떤 분야에 잠재력이 있는가? 이런 문제는 오랜 세월이 흘러 그 사람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 때까지는 증명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어떻게 파악하여 평가할 것인가? 이러한 평가는 너무나 주관적이라 도저히 객관화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우리가 잘 아는 빌 게이츠는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한 사람이다. 오늘날 또 다른 유명한 한 사람, 스티브 잡스는 애플사를 창업한 사람이다. 그러나 애플에서 창업 동지들과 의견이 맞지 않아 뛰쳐나왔다. 그 후 넥스트사를 만들었고, 픽사(Pixar)를 만들었다. 픽사는 세계 최초로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애플이 픽사를 인수하게 되어 다시 애플의 CEO가 되었다. 입학사정관이 이런 말썽꾸러기를 뽑았다면 오늘날과 같은 성과를 보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잘못된 선발이라고 하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또 하나, 무엇보다 대학이 스스로 교육의 목표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오늘날 대학은 '고급 교양인'을 양성하고자 하는가? 아니면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려고 하는가? 카디날 뉴만(Cardinal Newman)은 '대학의 이상'(The Idea of A Universi ty'1854)에서 대학은 보편적 자유로운 지식을 전수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했다. 대학의 목표를 '고급 교양인' 양성에 두었다.
산업혁명은 영국이 시작했지만 인문학에만 치우치고 과학 교육을 경시했기 때문에 과학과 기술은 상류층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독일'프랑스는 국가가 나서서 대학을 세우고 과학 교육에 치중하였다. 이렇게 하여 19세기를 과학혁명의 시대로 만들었다. 미국은 더 적극적이어서 교양주의의 대학 교육을 청산하고, 기술과 산업을 구조적으로 지도'관리하는 지식과 전문 인재를 개발'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대학은 전문지식의 전수시설로 전락하였다.
象牙塔(상아탑)에서 양성된 고급 교양인은 무능한 지식인으로 전락하였고 능률에만 매달리는 전문 직업인은 무식한 전문인이라 빈축을 샀다. 그렇다면 고급 교양을 갖춘 전문 직업인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이런 人材(인재)로 양성하기 위해서 입학사정관들은 어떤 안목으로 그 가능성을 발굴할 것인가? 이런 것들이 너무나 어려운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나 손쉬운 방법으로 인재를 선발해 왔다. 그것은 소위 아이큐(IQ) 테스트였다. 배우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교육의 본질인데, 우리의 교육은 지나치게 지식 암기에 치중해 왔다. 우리는 이제 여기에서 탈피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衆智(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박석돈 경북대 명예교수 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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