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도 'SSM 진출 규제' 조례 만든다

대기업들의 슈퍼슈퍼마켓(SSM) 진출에 대한 영세 상인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대구시도 조례 제정 등을 통해 규제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대구에서 성업중인 롯데슈퍼.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기업들의 슈퍼슈퍼마켓(SSM) 진출에 대한 영세 상인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대구시도 조례 제정 등을 통해 규제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대구에서 성업중인 롯데슈퍼.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달서구 용산동 한 아파트 단지에는 유통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SSM)가 최근 새로 들어서면서 기존 동네 슈퍼 2곳의 매출이 70% 줄었다. 그래서 가게 주인 김모(41)씨는 장사를 접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SSM 확산으로 골목상권이 초토화되면서 중앙정부, 대구시 차원에서 SSM 진출 규제를 위한 장치마련에 들어갔고 대구 슈퍼마켓 상인들도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자체장에게 SSM 사업조정권 이양

중소기업청은 5일부터 음식료품 위주의 종합소매업에 대한 사업조정권을 각 시·도지사에게 위임하는 규정을 마련, 시행에 들어간다. 그동안 SSM 등으로 피해를 본 중소유통업 단체가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 조정을 신청하면 중기중앙회는 피해사실을 조사해 중소기업청으로 통보하고, 중기청은 사업조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업조정 여부를 결정했다.

이번에 바뀐 고시는 중기청이 피해 사실을 조사해 지자체에 통보만 하고 사업조정 신청, 접수, 조정 권고, 공표 및 이행 명령 등 7개 권한은 해당 시·도가 맡도록 했다. 지자체는 또 SSM의 영업 시간, 점포 면적, 취급 품목 제한 등 핵심 쟁점을 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중기청은 중소 유통업단체가 대기업의 시장 진출 정보를 미리 파악해 대처할 수 있도록 '사전조사신청제도'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중소유통업체는 해당 지역 상권에 대한 대기업 진출 정보를 중소기업청을 통해 미리 알 수 있게 된다. 시·도는 중소 유통업단체와 대기업 간 원활한 협의를 위해 지방중기청장과 지역경제, 중소기업 전문가 등 10명 이내로 구성되는 사전조정협의회를 설치 운영하게 된다.

◆대구시도 SSM 진출 규제

대구시는 일반 주거지역 내 SSM 진출을 규제하는 조례를 만든다. 시는 일반 주거지역에 건축 가능한 판매시설의 규모를 현행 2천㎡ 미만에서 1천㎡ 미만으로 제한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추진한다. 대구에 진출한 25개 SSM 가운데 일반 주거지역에는 15개 SSM이 있고 이 중 1천㎡ 이상 규모는 4개다. 연내에 조례가 개정되면 앞으로는 이런 판매시설의 일반 주거지역 내 건축이 제한될 전망.

시는 또 소규모 유통상인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는 조례 제정도 계획하고 있다. 가칭 '소규모 유통상인 지원 및 유통업 상생협력 조례'를 만들어 소규모 유통 상인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자금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지역에 진출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해서는 지역 사회 기여를 의무화하겠다는 것.

이와 함께 소규모 유통상인과 대형 유통업체, 대구상의,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 시민단체, 대구시 등이 참여하는 지역 유통업 발전협의회를 구성해 SSM 진출에 따른 대책을 공동 논의하고 SSM 지역 진출상황 상시 모니터링시스템을 가동, 소규모 유통상인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시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5일 오후 시청에서 학계와 시민단체, 유통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SSM 확산 대책회의를 열고 골목상권 보호방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듣는다.

◆상인들 입점제한 조례 제정·영업시간 제한해야

대구지역 SSM은 2003년과 2005년에 각각 1곳씩 진출했지만 2007년에는 7곳, 2008년 11곳이 새로 문을 열면서 지난 6월 현재 25곳이 입점해 있다.

대구 중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은 이 같은 SSM 확산에 대응해 다음달 남구 봉덕동에 들어설 한 SSM에 대해 사업조정신청을 낼 예정이다. 이 경우 대구지역 첫 SSM 사업조정신청이 접수될 것으로 보인다.

중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 임재영 이사장은 "지금껏 대구지역은 수도권보다 중소상인들의 반발 움직임이 덜했지만 이제 SSM 사업조정권이 지자체장으로 이관된 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시가 일반 주거지역 내 SSM 진출을 규제하기 위한 도시계획조례 개정시 일반 주거지역에 건축 가능한 판매시설의 규모를 당초 방침인 1천㎡ 미만 보다 더 강화해야 하고, 영업시간도 오후 9시 이전으로 제한해야 동네상권 보호의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동부슈퍼마켓협동조합 장길진 이사장은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사업조정 권한을 지방으로 이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지자체 사업조정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지는 의문이다. 지자체장의 동네 상권 보호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형 유통업계는 지자체마다 사전조정협의회가 다르게 운영돼 출점이 까다로워지고,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가 SSM 진출을 막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SSM 개점 장소와 시기 등을 미리 알려주는'사전조사신청제도'는 독소조항이라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기청은 최대 90일까지 사업타당성 검토를 하도록 지자체에 권고하고 있다. 업계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전조사 신청제도는 그동안 사업조정신청을 검토하지 않았던 지역마저 신청에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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