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발전하는 오늘날의 야구에서 피칭의 메커니즘은 스윙 궤적을 피해가는 강력하고 변화무쌍한 무기를 연마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웃 카운트를 잡기 위해 어떻게 효과적인 투구를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맞지 않기 위해 투구하려는 젊은 투수와는 달리 베테랑 투수들은 어떻게 맞춰 잡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투수들은 경험을 통해 모든 타석에서 삼진을 잡지 못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으며 맞더라도 가급적이면 중심에 정확히 맞지 않는 타구를 양산해 수비수들이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주도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 변화는 최근 20년 동안 새로운 구질 탄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과거에는 스크류볼이나 팜볼, 포크볼, 너클볼처럼 치기 까다로운 구종들이 결정구로 주로 사용되었지만 완성도가 낮고 부상의 위험마저 따르면서 선택 빈도가 줄어들었다. 대신 홈플레이트에서 조금씩 변화하면서 배트 중심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큰 스플리트핑거드볼이나 싱커, 컷패스트볼, 투심패스트볼, 반포크볼, 서클체인지업 등이 개발되어 현재의 승부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중에서 이 많은 구종을 두루 구사하는 선수가 바로 이우선이다. 인천이 고향인 이우선은 고교 시절에는 내야수(3루수)로 활약했지만 성균관대에 진학해서는 같은 포지션에 선수가 중복되면서 곧 투수로 전향해야 했다. 너무나 늦은 변신이었지만 깔끔하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무모한(?) 도전은 몇 걸음 지나지 않아 난관에 부딪혔다. 던지는 재주는 어느 정도 있었지만 스피드는 아무리 애써도 시속 140km에 도달하지 못했다. 프로에서 통할 기본 스피드도 나지 않았으니 속으로는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
요령으로 극복하자는 생각에 이르자 맞춰 잡는 방법을 서서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맞으면서 배운다는 각오에 투심도 던져보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던져보면서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두자 조금씩 할 수 있다는 자심감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관심을 갖는 스카우터는 아무도 없었다. 기약없이 11월에 상무로 입대했다. 컷패스트볼과 서클체인지업, 반포크볼, 라이징패스트볼, 싱커 등 던질 수 있는 공은 모두 던져보면서 훈련에 매달렸다.
2년 연속 3승1패의 성적을 올려 가능성을 보이자 신고선수 요청이 들어왔다. 야구에 전념할 생각으로 고향팀보다 삼성을 택했다. 2군에서도 어느 정도 두각을 보이자 마침내 계약이 됐고 역사상 계약과 동시에 1군에 오르는 최초의 선수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6월11일 구멍난 자리를 메운 첫 선발 등판에서 기대 이상의 호투로 팀 승리에 공헌하며 낭패에 빠진 팀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신인이지만 공격적이며 실전적인 그의 피칭은 많은 고심의 흔적이 담겨 있다. 좋은 투수는 결과에 앞서 얼마나 자신이 원하는 피칭을 했는가를 점검하는 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선수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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