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층 회전식 레스토랑에서 3년째 근무중, 안대훈씨
'78'이란 층수판에 불이 켜졌다. 우방타워 엘리베이터는 그랬다. 해발 125m에 해당하는 높이인데 이를 아파트 층수로 계산했다고 한다.
그 78층에 회전식 레스토랑 '라비스타'가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안대훈(37'C&우방랜드 대리)씨. 그는 이른바 '대구 도심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나이'다.
안씨는 처음 이곳에서 일할 때를 떠올렸다. "높은 산에 오르면 고막이 멍한 느낌이 있잖아요. 처음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런데다 회전판까지 돌아가니까 좀 어지럽더라고요. 1개월가량은 적응한다고 좀 애를 먹었죠." 지금은 완벽하게 적응했다는 안씨는 아이러니하게도 고소공포증이 있다.
고지에 있다 보니 독특한 경험을 많이 갖고 있다. "지난해 동구 지역에서 불이 난 적이 있어요. 검은 연기가 치솟았는데 그걸 우리 직원이 가장 먼저 보고 119에 신고한 적이 있죠. 이곳에서는 대구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데다 360도 돌아가기 때문이죠. 간혹 소방서에서 어디에 불이 났는지 문의전화도 와요."
매일 대구 전경을 내려다보니 어느새 지리 전문가가 됐다. 대구 시내 건물과 지역을 속속들이 외우고 있는 것. "내비게이션이 따로 필요없죠. 손님들도 대구 지리를 자주 물어봐요."
가끔 영화 속에서나 나옴직한 장면을 보기도 한다. 가끔 헬기나 행사용 패러글라이딩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객들의 다양한 프러포즈도 지켜본다. "이곳이 프러포즈 명당으로도 소문나있거든요. 대구 시내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데다 무척 높다보니 심박수가 빨라져 프러포즈 효과도 있다고 입소문나있기 때문이죠. 하루에 평균 3팀, 봄'가을 주말에는 10팀 이상 프러포즈를 하죠."
이뿐 아니다. 빗방울이 지상에서와 달리 빗줄기 하나 하나가 선명하게 보인다. 특히 조명을 켤 때는 더욱 그렇다고 한다. 가끔 바람이 심하게 불면 건물 자체가 이리저리 흔들리기도 한다. 최근 비바람이 심할 때는 와인병들이 흔들릴 정도였다.
어려움도 있다. "고도와 기압 탓에 창문을 열 수 없는 밀폐식이라 환기가 잘 안 되죠. 여자 직원들은 피부트러블이 다소 생기고 저 같은 경우는 눈에 알레르기가 생겨 안약을 항상 사용해요."
◆지하철 터널 발파 작업반장 우성태씨, 지하 생활 20년
경산 영남대네거리 대구지하철 2호선 연장구간에서 터널 발파작업 반장으로 근무하는 우성태(41)씨는 벌써 지하 생활 20년이 다 되어간다.
그는 아파트로 치면 지하 12층 정도에 해당하는 지하 30m 깊이를 하루에도 수차례 오르락내리락한다. "보통 난간식 계단을 이용하는데 이곳에는 다행히 엘리베이터 형태의 호이스트를 사용하죠. 과거 계단을 이용할 때는 한번 움직이는 데 5~10분 정도 걸렸죠. 무거운 연장을 들기 때문에 중간에 한차례 정도 쉬어야 되거든요. 무척 힘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30초 정도면 왔다갔다 할 수 있어요."
보통 그는 지하에 한번 내려가면 2, 3시간 정도 작업을 한다. 방진마스크와 작업용 모자, 작업복 등 안전 장비를 확실하게 갖추지만 아무래도 지상보다 작업 환경이 열악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먼지 등으로 공기가 좋지 않고 가끔 낙석도 조심해야 하죠. 오랜 지하 생활로 시력이나 청력도 다소 떨어진 상태죠."
기온이 보통 지상보다 5~10℃ 정도 낮아 한여름 낮에는 덜 덥다. 하지만 심한 일교차로 밤에는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다. 한여름에도 두툼한 잠바를 준비해야 한다. 겨울에는 일하기가 녹록지 않다. 가뜩이나 추운데다 지상보다 5~10도 정도 낮아 강추위와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것. "봄이나 가을에 작업하는 것이 가장 좋죠. 한여름에는 기온이 지상보다 많이 낮지만 시멘트 작업으로 습도가 높은 편이죠. 좀 후텁지근하죠."
지하에서 일하니까 휴식시간은 충분히 보장해주는 편이다. 지상 공사현장과 달리 정해진 일만 끝나면 2시간 이상도 쉴 수 있는 여유를 준다고 한다.
그가 가장 깊숙이 내려갔을 때는 서울지하철 공사할 때다. "지하 60m까지 내려갔죠. 그때는 계단을 이용해서 몹시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천장에서 물도 많이 떨어졌고요."
지하 생활에 이골이 났지만 그는 요즘도 가끔 무서움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자정 무렵에 비가 올 때 혼자 작업을 하고 있으면 왠지 목덜미가 서늘한 공포를 경험한다는 것.
"아무래도 몸 보신을 확실히 해야 하죠. 주기적으로 한약을 먹고 있어요. 방진마스크를 하더라도 어느 정도 미세먼지를 먹게 되거든요. 폐 쪽이 좋을 리가 없죠. 하지만 다치는 사람이 없고 특별한 하자가 없이 공사가 완료되면 더 없이 뿌듯함을 느껴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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