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는 이런 취미 있어요]고교 때부터 흉가 체험 양현모 씨

또 다른 세계 경험 '짜릿'…피서 필요 없어요

취미도 개성 시대라지만 왜 하필 저런 취미를 가졌을까, 내심 의아했다. 하지만 직장인 양현모(36'대구 달서구 신당동)씨의 진지하고 확신에 찬 인터뷰에 그런 의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엽기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즐길 수도 있겠다는 동조의식이 어느새 싹텄다.

그의 취미는 흉가 체험. 다음카페 '흉가체험'의 대구지역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양씨는 2003년 카페 회원으로 가입, 본격적인 흉가 체험을 시작했지만 그의 흉가 체험은 오래전부터 이뤄졌다.

"고교 2학년 때였어요. 어느 날부터 가위에 눌리기 시작했죠. 웬 노인들이 문 틈으로 노려보고 문을 두드리기도 하는 등 저를 괴롭혔죠. 선잠이 든 상태로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말을 안 듣더라고요. 매일같이 시달리다 보니 새벽에 잠을 깨기 일쑤였죠. 처음엔 무섭기만 했는데 자꾸 겪다 보니 귀찮더라고요." 그는 집에 십자가나 부적 등을 갖다놓았지만 효력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절에서 받은 달마도를 집에 건 뒤로는 가위눌림이 사라졌다. "신기했죠.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달마도가 없는 친구 집에서 자니까 다시 가위에 눌리더라고요."

그때부터 그는 영(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영이 진짜 존재하는지도 궁금하고 영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긴 것. 주말이나 방학 때를 이용해 배낭 하나 메고 대구나 경북에 있다는 흉가나 폐가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안동의 한 흉가에서는 장대비를 피해 하룻밤 자기도 했다. "김천의 한 흉가 체험을 한 뒤에 보름 정도 몸이 아파 고생을 많이 했죠. 절에서는 잡귀가 몸에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이후로 겁이 났고 흉가 체험을 혼자 하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때부터 법경이나 불교서적을 많이 읽었죠."

양씨는 흉가 체험을 같이 할 사람들을 찾다 우연히 흉가 체험도 하고 정보도 공유하는 지금의 카페를 알게 됐고 그때부터 회원 10여명과 정기적으로 흉가 체험을 하고 있는 것. 요즘 같은 여름은 시즌이니 만큼 한달에 2, 3차례 정도 자주 체험을 떠난다고 한다. 겨울에도 한달에 1차례 정도는 꾸준히 체험을 한단다.

그는 흉가에 대해 말을 이었다. "흉가는 전통적으로 음기가 강한 곳이죠. 실내에 들어가면 소름이 확 돋죠. 썩은 곰팡이 냄새나 역한 냄새 같은 귀취(鬼臭)가 나고 습기가 많아 음습하기도 합니다. 이상하게 흉가 주변엔 모기가 많아도 흉가 안으로는 모기가 들어오질 않더라고요. 가끔 흐릿한 귀신의 모습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양씨는 대구에 30곳, 경북에 40~50곳 정도의 흉가가 존재한다고 했다. "흉가는 잘 안 팔려요. 설사 팔리더라도 입주민이 불행을 당하거나 몸이 아파 얼마 못 견디고 도망가는 경우가 많죠. 흉가를 허물려고 해도 영이 공사를 방해하거나 공사 인부들을 아프게 하죠. 결국 방치되는 거죠. 대구 중앙도서관 바로 맞은편에도 15년째 방치된 흉가가 있어요. 그냥 버려진 폐가와는 엄연히 다르죠."

흉가 체험에도 나름의 철칙들이 있다. 흉가에 있는 물건을 절대 가져오지 않고 흉가 안에서 음식을 해먹지 않으며 자취를 절대 남기지 않는 등의 규칙을 준수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해코지를 꼭 당한다는 것이다. 또 흉가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기도를 하고 몸에 부적이나 염주 등도 지닌다.

그렇다면 흉가 체험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그의 답변은 명쾌했다.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잖아요. 등산객들이 산 정상에 서면 희열을 느끼듯이 우리도 큰 희열을 느껴요. 흉가에 들어가기 전에는 불안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지만 체험을 마치면 '해냈다'는 그런 느낌이 있죠.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가 귀신인데 그들을 이겨냈다는 자신감도 생겨요. 정신력이 강해져 사회 생활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죠. 무엇보다 피서가 따로 없지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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