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대구-청송 오가며 공직생활 해온 한동수 청송군수
곧잘 도시와 시골에서의 생활은 대비된다. 바쁜 현대인을 말할 때 도시인들이 등장하고 한적하고 여유있는 생활을 표현할 때 시골이 자주 나온다. 그렇다면 도시와 시골에서의 생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를까. 대구와 청송을 왔다갔다 하며 오랫동안 공직 생활을 한 한동수(60) 청송군수를 만나 그 차이점을 들어봤다.
◆도시의 삶
한 군수는 1978년 청송군청에서 대구시청으로 옮겨온 이후, 상수도사업본부, 지하철건설본부 등을 두루 경험하면서 30년 동안 대구 공무원 생활을 했었다. 그의 첫마디는 '치열한 경쟁'이었다. "대구시에는 1만명의 공무원이 있어요. 얼마나 경쟁이 치열하겠어요. 자신에게 일이 맡기면 밤잠 안 자고 하는 이들이 많아요. 곧바로 평가를 받으니까요."
대구에서의 공무원 생활은 마치 톱니바퀴에 꽉 짜인 것이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대구지하철건설본부장을 했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엔 대구지하철 2호선 공사가 한창일 때였다. "오전 6시에 집을 나서 현장을 둘러보고 사무실에서 오전 9시에 회의를 했죠. 그런 뒤 대구시청을 방문하거나 민원인을 만나 현장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오후가 후딱 지나가죠. 오후 7시까지는 현장에서 못 벗어나 자리를 지키다 퇴근하죠. 하지만 집에 가는 것은 엄두를 못 냈어요. 퇴근 후에도 기관이나 시민단체 사람들과 회식을 하는 일이 다반사였죠."
그는 대구에서 일할 때는 한 달에 1, 2차례 정도만 집에서 저녁을 먹을 여유가 있었다. 워낙 집에서 저녁 먹는 일이 없다 보니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날이면 미리 집에 전화를 할 정도였다. "주말에도 집에서 쉬는 날은 별로 없었죠. 중앙부처에 예산을 따기 위해 쫓아다녀야 했으니까요. 1년 가량은 서울에서 살다시피 하기도 했어요. 공사현장에도 자주 찾아갔죠. 2호선 공사에 한꺼번에 3천명이 움직이니까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잖아요."
그는 본부장 1년 6개월 동안 노이로제도 걸렸었다. 주말에 휴대폰만 울리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는 것. 과거 지하철과 관련해 대형 사고가 많아 혹시 무슨 사고라도 생겼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었다.
일이 우선 순위가 되다 보니 자연스레 집과 가족은 뒷전이었다. "지나고 보니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들죠.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같이 놀아준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큰아들이 한 번은 다른 아빠들은 가끔 외식도 하고 같이 앉아 맥주도 한다고 우회적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항상 새벽에 샤워를 하다 보니 아이들과 같이 목욕하는 시간도 못 가졌어요."
하지만 치열하게 살았던 만큼 후회는 없다. 힘들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들 바쁘게 사니까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이 강하죠. 평소 사색할 겨를도 별로 없었지만 열심히 일하면 그에 따른 성과와 성취감이 나타나니까 보람이 있죠."
◆시골의 삶
한 군수가 청송 군수에 당선된 것은 2007년 12월이었다. 청송에서 태어나 초'중학교를 보내고 청송군청에 11년간 일했던 그로서는 '금의환향'한 셈이다. 그는 그 해 2월에 청송으로 이사 왔는데 오자마자 느낌이 확 달랐다. "생활의 여유가 확 느껴지더라고요. 하루는 민간단체 회의가 오후 2시에 잡혀있었는데 오후 3시가 되어서야 회의를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엔 당황했죠. 하지만 대부분 농민이잖아요. 농사가 별도로 출'퇴근이 없고 공장 돌아가듯 꽉 짜여 있지 않잖아요. 나중에는 이런 생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요즘 젊은이들의 귀농도 많은데 젊은이들은 농사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빨라 그만큼 시간적 여유가 많다. 어디 매여 지시받거나 간섭받지 않다 보니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는 것. 하지만 문화적 혜택이 적고 같이 어울릴 만한 친구들이 많지 않아 외로움을 많이 느낀단다. 이런 단점이 귀농을 막는 요인이 된다는 것.
공무원 사회도 마찬가지. 시골의 공무원들은 대부분 고향 출신이 많고 서로서로 잘 알다 보니 이해하는 면이 많다. 또 안정적이고 차분한 편이다. 반면 경쟁이 별로 없다 보니 참신한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
"도시인들은 한마디로 잘 다듬은 보석이고 시골 사람들은 원석에 가깝죠. 도시에서는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사람들이 자기 성격대로 못하고 눈치도 많이 보죠. 그러니 우회적으로 자기 표현을 하죠. 하지만 시골 사람들은 순박하고 자기 고집이나 주장이 강해 쉽게 화를 내거나 표현이 억세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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