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극 VS 극]남자 속, 여자 속 생활

◆대구시내버스 여자 운전사 김형준씨

김형준(49)씨는 3천500여명에 이르는 대구시내버스운전사 가운에 몇 안 되는 여자운전사다. 그녀는 시내버스를 운전하기 위해 1998년 대형면허를 취득했고 통근버스를 몰며 경력을 쌓은 뒤 2001년 광남자동차에 입사했다.

왜 시내버스운전사가 되고 싶어 했을까. "어릴 때 시내버스를 타면 기사분들이 많이 불친절했습니다. 그래서 왜 저렇게 불친절할까. 내가 만일 버스를 몰면 친절하게 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남자들의 일로 생각되는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을까. "여자이기 때문에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습니다. 회사와 동료들도 많이 배려를 해주고 있습니다. 가끔 심술궂은 승객이 있으면 다른 승객들이 저를 도와 줍니다."

그녀는 연경을 출발해 대신동~칠성시장을 거쳐 연경으로 돌아오는 북구 2번 순환버스를 운전한다. 1주일 단위로 오전과 오후 근무를 번갈아 한다. 오전 근무를 할 때는 새벽 3시에 일어나 3시30분 집을 나선다. 버스에 가스를 충전하고 첫차 시간에 맞춰 출발지까지 가려면 일찍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힘든 일이지만 김씨는 늘 미소를 얼굴에 달고 산다. 자신을 버스운전사로 이끈 결심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그녀는 대구시, 대구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 등으로부터 친절기사상도 받았다. 대구시내버스 운전사들을 대상으로 친절교육도 실시했다.

미소가 아름다운 김씨는 자신이 친절기사로 알려진데 대해 "승객들이 잘 봐줬기 때문입니다. 기사가 승객들에게 친절한 것은 의무인데 칭찬 받을 일이 아닙니다"고 했다. 또 "같은 시간대 같은 노선을 운전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승객들이 있습니다. 며칠간 얼굴을 보지 않으면 서로의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언젠가 동료기사가 농담 삼아 생일이라고 말한 것을 들은 한 승객이 직접 떡을 해서 가져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 친절은 승객들이 보내 주는 친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고 강조했다.

정년(60세)까지 운전대를 잡고 싶다는 김씨는 "친절도 조사에서 회사가 1위를 차지하고 나아가 대구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전국에서 제일 친절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 목표입니다"며 환한 미소로 말했다.

◆동산의료원 간호사 이원호씨

이원호(22)씨는 동산의료원 심혈관집중치료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 간호사들은 모두 여자다. 한때 금남의 분야로 여겨졌던 간호사의 길로 그를 이끈 동기는 무엇일까. "대입 원서를 작성할 때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당시에는 취업이 잘되는 보건계열이 인기였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다 남자들의 진출이 뜸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간호과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이씨가 대구과학대 간호과에 입학한 2004년은 간호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기면서 남자 지망생이 유난히 많았던 해였다. 대구과학대의 경우 남자입학생이 두자리 숫자를 넘었다.

남자간호사와 여자간호사는 상호 보완적 관계다. 남자간호사와 여자간호사는 각각의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 간호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남자간호사에 대한 선입견은 남아 있다. 여자가 주류를 이루는 곳에 편입된 남자로 이방인 같은 낯선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는 것. 남자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내색을 하지 못하고 솔선수범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청일점으로 살아가야 하는 직장생활은 어떨까. 자신을 간호사라고 소개하면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체격을 보니 간호 전공이 아니라 체육 전공인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가끔씩 듣는다. 특히 여자 환자의 경우 남자 간호사에 대해 약간의 부담감을 가진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씨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부담인 동시에 동기를 부여하는 채찍이 되고 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간호사 일 자체가 만만한 것이 아니지만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남자간호사라는 직업이 여러가지 가능성과 길이 열려 있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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