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열대야가 사라졌다. 입추인 7일 대구의 최저기온은 22℃, 낮 최고기온도 26도에 그칠 전망이다. 최근 10년 새 가장 선선한 여름이 되면서 여름 특수를 기대했던 해수욕장은 파장 분위기고 에어컨 등 여름용 가전제품 판매도 뚝 떨어졌다.
◆여름 다 갔나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이달 들어 7일까지 대구의 낮 최고기온이 단 하루도 30도를 넘지 못했다. 더위가 가장 맹위를 떨치는 8월 초(1~7일)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오르지 못한 것은 지난 1993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경우 8월 1~7일까지 낮 최고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진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지난해 8월 최고기온 평균이 30.7도였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26.5도에 그쳤다.
7월 기온도 30도 이상을 기록한 날은 15일에 그쳤고 최고기온도 33도에 머물렀다. 반면 지난해 7월 경우 30도 이상을 보인 날이 28일로 올해보다 두배가량 많았고, 최고기온 역시 36.2도까지 올라 맹위를 떨쳤다.
열대야도 사라졌다. 1일부터 7일까지 최저기온 평균은 20.7도. 이달 들어 열대야가 한 번도 없었고, 지난달에도 18일(25.1도)과 19일(25.6도) 두번뿐이었다. 지난해에는 8월 2일 대구의 최저기온이 27.1도를 기록했고, 7월에는 18일이나 열대야가 지속됐다.
기상청은 보통 7월 말~8월 초 고온다습한 공기를 품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으로 무더위와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지만 올해는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상을 막으면서 고온 현상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8월 중하순의 기온도 예년에 비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말복(13일) 더위도 올해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기상청은 "이달 중순 기온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평년(19~27도)과 비슷하겠으며 북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국지성 호우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8월 하순과 9월 상순에는 상층 한기의 영향으로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경향을 보이겠다"고 예보했다.
◆해수욕장, 유통업체도 끝났다…
올여름 무더위가 사라지면서 동해안 해수욕장은 파장 분위기다. 더욱이 이달 15일을 넘으면 수온이 더 떨어져 물놀이는 접어야 할 판이다.
포항지역 한 해수욕장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해수욕장을 찾는 인파가 크게 줄었고, 그나마도 백사장에서 휴식만 할 뿐 물놀이객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포항시 정종영 연안관리담당은 지난달 중순부터 계속된 비와 한류 냉수대의 영향으로 포항지역 해수욕장 수온이 적정 수온(24도)보다 평균 3도나 떨어져 해수욕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유난히 장마가 길어진데다 기온도 오르지 않아 여름 특수가 예상된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기기의 판매가 뚝 떨어졌다. 북구의 한 대형소매점의 경우 에어컨을 포함한 냉방가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1% 감소했다. 특히 에어컨 판매는 22%, 선풍기는 27%나 매출이 줄었다.
남구에서 에어컨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일수(52)씨는 "입추가 다가오면서 사실상 여름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며 "지난해는 일손이 모자라 인부 2명을 따로 고용해야 할 정도였는데 올해는 일감이 없어 파리만 날렸다"고 했다.
여름철 냉방기기 판매 실적을 올리지 못한 업체들은 고육책을 짜내고 있다. 수성구의 한 가전 제품 판매점은 에어컨 판매실적이 저조해 LCD TV나 오디오 제품 등을 패키지로 묶어 초저가로 내놨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에어컨이 워낙 안 팔려 다른 제품을 더 팔아야 한다는 회사 방침에 따라 초저가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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