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A(46·대구 달서구 월성동)씨는 최근 서울에 사는 친구 가족과 함께 달서구 본동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을 찾았다가 낯이 뜨거워졌다. 올림픽 기념 전시물은 낡고 해진데다 어두침침한 전시관 구석구석에 먼지와 때가 끼어 색깔마저 변해 있었다. A씨는 "타지 사람들이 대구를 어떻게 생각할지 부끄러워 얼굴을 제대로 들 수 없었다"고 했다.
올림픽기념관이 볼거리 실종과 형편없는 내부 환경으로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1991년 개관 이후 18년 동안 같은 전시물에 관리마저 제대로 하지 않아 유치원생들만 간혹 찾는 시설로 전락했다.
1988년 동서 냉전시대를 접고 세계인의 평화와 화합의 축제로 끝난 제24회 서울올림픽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지어졌지만 그날의 감동은 온데간데없었다. 먼저 실내가 너무 어두웠다. 형광등은 한쪽만 켜놨고 전시등은 아예 꺼져 있었다. 기념관 관계자는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데 전기료를 낭비할 수 없지 않으냐"고 했다.
벽면은 온통 먼지투성이였고 유리관 바닥을 손으로 닦아 내자 먼지가 새까맣게 묻어나왔다. TV 리모컨은 먼지가 앉아 검은색이 하얀색으로 변해 있었다. 이곳에 전시 중인 운동복과 관련 책자 등은 20년 가까이 한 번도 교체나 수리조차 하지 않은 듯했다. 운동화는 밑창 부분이 바스러져 떨어져 나갔고 올림픽기념 주택복권 전시물은 2장이 사라진 채였다. 한 주민(42·여)은 "한번 들렀다가 내부 시설이 너무 흉해서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림픽전시관을 찾는 방문객은 하루에 10명도 채 안 된다. 기념관 관계자는 "대구시와 체결한 위탁 협약서에 따라 전시물은 절대 손을 댈 수 없어 정비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시물의 관리는 전적으로 대구시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곳은 개관과 동시에 대구시가 YMCA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최근까지 기념관 활성화 방안에 대해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을 수 없었다"며 "올해 기념관 위·수탁 협약이 끝나기 때문에 내년에 새로운 사업자를 공모할 때 개선책을 마련하고,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연계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