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키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미국 청년 로버트 조단(게리 쿠퍼)은 스페인 소녀 마리아(잉그리드 버그먼)와 푸른 달빛 아래서 첫 키스를 나눈다. 키스할 때 코의 위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마리아의 말에 이은 두 사람의 키스는 영화사에서 명 키스신 중 하나로 꼽힌다. 수줍고 아름답고 슬픈 키스다.

키스의 기원엔 여러 설이 있다. 容器(용기)가 없는 시대에 어머니가 어린아이에게 입으로 물을 먹여준 데서, 성적 충동으로 서로 깨무는 등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키스를 하도록 '프로그램'됐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가르쳐주지 않아도 젖꼭지를 찾아서 힘차게 빨아 대는데, 이것이 키스의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사랑의 표현인 키스가 건강에 이바지하는 바도 크다. 연인과 나누는 달콤한 키스는 만병통치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미국 대중지 '선'이 보도한 적도 있다. 키스를 하면 충치를 유발하는 박테리아를 없애주는 특수한 침 성분이 만들어지고, 열정적인 키스는 한 번에 12㎉의 열량을 소모시켜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뺨과 턱 근육을 부드럽게 해줌으로써 피부가 처지는 것을 막아 더 젊어 보이게 해주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자극하는 글루코콜티코이드라는 호르몬 생성을 억제해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효과도 있다. 감염성 박테리아에 대항하도록 돕는 화학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주장도 있는 터다.

대구에서 '키스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20대 초반 여성들을 고용해 지정된 밀실에서 키스를 알선하는 곳이 키스방이다. 한 업소는 대학생부터 50대 남성까지 하루 평균 5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성업 중이라는 것이다.

처벌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돈을 주고받은 남녀가 밀실에서 나누는 키스는 정신적으로는 물론 육체적으로도 그 효능이 별로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돈이 개입된 키스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나누는 달콤한 키스에 버금가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마저 상품화하는 세태는 낭만도 품격도 없는 사회를 만든다. 시 '님의 침묵'에서 님과의 만남으로 삶과 운명이 바뀐 것을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라고 노래한 만해 한용운이 혀를 찰 일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