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완용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동해상 독도에서 한 뼘의 땅, 한 줌의 권리라도 일본에 넘겼다면 이 시대 그 누구도 이완용에게 돌팔매질할 수 없다.
중국은 1999년 1월 일본과 어업협정 초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은 비준을 하지 않고 3년간 시일을 끌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그들은 외국인 전문가에게까지 자문을 받아가면서 잘못된 점을 개정한 뒤 비로소 비준을 했다.
신한일어업협정. 1998년 1월 일본이 기존 어업협정을 통고해오자 우리 정부는 1998년 10월 초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 방문 때 서명할 수 있도록 그해 여름 협상을 서둘렀다. 협정 후에는 국민들에게 그 내용을 숨기다가 불과 몇 달 후 1999년 1월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시켰다.(이상면 교수 논문 '해양경계')
한일 간 협상에서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 독도 기점을 인정하지 않자, 독도를 제외시킨 채 '중간수역'에 넣어두고 협정체결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때 우리 정부는 "울릉도 기점은 독도영유권 포기가 아니다. 유엔해양법 협약상 암석(rocks)은 배타적 경제수역을 갖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바, 독도는 섬이 아닌 암석이다. 독도를 암석으로 보는 것이 유엔협약의 충실한 해석이고, 그러한 입장이 명분과 실리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했다.(외교통상부 자료)
과연 국익을 위한 온당한 결정이었을까? 독도는 엄연히 김성도씨 내외가 거주하고 있고 경비대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경제활동이 가능한 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암석으로 본것은 우리 정부가 실증적 사실에 반하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또 하나, 독도를 암석으로 보는 것은 결코 실리적인 면에서도 유리하지 않다. 일본이 이른바 소위 다케시마를 배타적 경제수역을 갖는 섬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이 판에 어떻게 실리적인 면에서 유리하다 할 것인가.(김명기 교수 논문 '신한일어업협정')
그뿐인가. 산업적 손실 역시 만만찮다. 당시 우리 정부는 수산업 재편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3천400억원을 들여 국내 어선 700여척을 감척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정부는 어민 생업대책 명목으로 어선을 구매해 북한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당시 정부 관계자의 '유리하다'는 주장과는 달리, 지난 2005년까지 우리나라 어장은 축소되어 어업수입대체 비용이 연 20% 늘었다. 직접적인 손실추정액만도 연간 1조5천억원에 이르는데, 이는 협정 전 우리나라 어획량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정광용 저 '독도의 진실')
현재도 엄존하는 신한일어업협정을 두고 의혹의 눈초리만 보내야 할까? 협정 16조 제2항에는 '이 협정은 발효하는 날로부터 3년간 효력을 가지며, 그 이후에는 어느 일방 체약국도 이 협정을 종료시킬 의사를 통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미 2002년 1월 이후 이 협정의 종료 통고는 언제나 가능했지만, 한국과 일본 어느 나라도 종료 의사를 통고한 적이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협약은 유효하다.
학계에서는 지난 10년간 신한일어업협정의 종료 또는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정부는 '대안이 없다' '협약은 대상국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회피'해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런 '회피'를 염려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실효성의 원칙'이 적용되는데 훼손된 영유권이 장기화되면 그 치유가 불가능해진다는 것. 이 때문에 학자들은 협정을 종료하고,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다자간 어업협정을 체결해 독도영유권문제를 한일 간 이슈로 노출하기보다 다자간 이해관계의 협력 속으로 희석시킬 것 등을 주문한다.
만일 딱히 현 시점에서 협정 종료나 개정이 어렵다면 법리를 개발해서 독도 영유권과 관련된 조항은 보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신한일어업협정이 종료되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우리와 일본은 1996년 이후 2000년까지 4차례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과 관련 협상을 벌여왔다.
2000년 6월 중단된 이후 다시 재개되어 2009년 3월에도 서울에서 협상을 벌였다. 3월 협상에서 한국은 독도-오키 기점을 주장했고, 일본은 울릉도-오키 기점을 내세웠다. 양측은 팽팽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하반기 협상으로 넘긴 상태이다.
어업수역을 울릉도 기점으로 잡아놓은 마당에 일본이 쉽사리 우리의 '독도 기점'을 인정해주려고 하겠는가. 그렇다고 우리는 물러날 수 없다. 우선 신한일어업협정 종료를 한 후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EEZ 협상에 임하는 것이 순서라는 주장이다.
1998년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는 '넘지 못할 선'을 넘었다. 그때의 일로 누구도 '을사 5적'에 돌팔매질을 할 수 없는 군색한 꼴이 되어버렸다. 그것은 그 시대를 지내온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나 그것을 다시 돌려세워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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