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전남 구례 화엄사 '3寺 3色 산사체험' 가보니

3사(寺) 3색(色) 산사체험(템플스테이)이 열린 전남 구례군 지리산 자락의 천년고찰 화엄사.

일주문을 들어서자 왼쪽으로 국보 67호 각황전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수행자들을 반겨 주었다.

"여러분, 절은 부처님을 모시는 신성한 수행공간이니까 조용히 말하고 행동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새벽·저녁 예불, 공양, 울력(청소)은 절대 빠져서는 안 되며 절대 묵언해야 합니다."

산사체험 프로그램을 돕고 있는 선화 스님이 템플스테이의 기본 원칙을 설명했다.

3사 3색 템플스테이. 말 그대로 화엄사를 시작으로 3박 4일간 인근 사찰인 천은사와 도림사를 돌며 하루씩 경험해 보는 독특한 산사체험 프로그램이다. 전국에서 30여명이 이번 체험에 참가했다. 중학생 아들과 함께 온 아버지, 암을 이기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노부부, 환자에 치여 살았다는 여의사에 이르기까지 연령과 직업도 다양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한지원(41·여)씨는 "이번 산사체험에 참가하면서 나를 뒤돌아보는 것은 물론 좋은 점은 우리반 아이들에게도 자랑할 예정"이라며 참가소감을 밝혔다. 특이한 점은 불자가 대부분 일 거란 생각과 달리 30명 중 가톨릭과 기독교인이 30%나 차지했다. 종교를 초월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임을 보여주었다.

화엄사에선 오전 3시쯤 예불을 드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 7시 예불을 드리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오후 9시 경내 모든 불이 소등되고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산사의 저녁은 일찍 찾아왔다.

저녁 공양시간. "공양을 하는 것도 하나의 수행입니다. 밥과 반찬이 여러분 입맛에 안 맞을지 몰라도 감사히 먹고 절대 남겨서는 안 됩니다." 스님의 간단한 설명 후 처음 먹는 절밥이었지만 담백하고 정갈한 음식에 모두들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웠다.

저녁예불시간. 경내에 있는 큰종을 타종하는 것으로 예불이 시작됐다. 대부분 참가자들이 올바른 절도, 불경도 몰랐지만 큰스님들과 함께한 예불은 경건하게 30분간 진행됐다.

이어진 명상의 시간. "진정 나를 찾고 싶으시다면 먼저 나를 버리세요. 이게 정말 어렵지만 그래야만 해법이 보입니다." 화엄사 대요 스님의 설명이다. 그리고 세 번의 죽비소리와 함께 참가자들 모두 명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둘째날, 산사의 새벽은 경내의 큰북을 두드려 모든 만물을 깨우는 의식으로 시작했다. 새벽 지리산을 울리는 큰북소리는 웅장하다 못해 장엄하기까지 했다.

예불과 아침공양을 마치자 울력(청소)시간. 울력도 수행의 하나이기 때문에 경건하며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이번 산사체험 참가자뿐만 아니라 화엄사에서 수행 중인 모든 스님이 빗자루를 들고 경내 곳곳을 열심히 쓸었다. 수행이라 생각하니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천은사와 도림사로 이어지는 3박 4일 동안 산사체험은 발우공양을 비롯해 부처님께 올리는 108배, 다도배우기, 스님과의 대화, 탁족식 등으로 진행됐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대학생 주민우(20)씨는 "친구들과 바다에 놀러가는 것을 포기하고 이곳으로 오게 됐는데 정말 잘한 것 같다. 특히 나물과 채소위주의 절밥이 생각 외로 너무 맛 있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또 오고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철식 시민기자 ccs15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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