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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빚은 문학적 상상력…박순관 도예전

박순관 작
박순관 작

도정(陶丁) 박순관의 도예 작품은 매끈한 표면에 예쁜 문양을 넣은 흔한 도자기와는 거리감이 있다. 거칠게 찍어넣은 문양과 너울대는 불길의 자연스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 때문에 투박함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볼수록 은은한 매력이 느껴지고, 두 손으로 살포시 다완을 움켜쥘 때 느껴지는 묘한 촉감의 향연은 쉽사리 작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평론가 조명제는 그의 작품을 일컬어 '한 자유인의 문학적 상상력과 흙으로 빚은 시'라고 표현했다. 박순관 도예의 특징은 바로 '수레질'과 '자연유 꺼먹이'에 있다.

수레질은 문양이 있는 나무판을 아직 말랑말랑한 도자기의 표면에 두드려 무늬를 새겨넣는 방법이다. 고대 토기에서 비롯했으며, 고려·조선시대에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다가 조선 중기에 옹기의 출현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문양이 있는 나무판을 '수레'라고 부르며, 이것으로 바깥면을 두드릴 때 도자기의 변형을 막기 위해 안쪽에 덧대는 것을 '도개'라고 부른다. 박순관은 자칫 맥이 끊길 뻔한 수레질을 고증과 연구, 창의적 열정으로 재창조했다. 자연유 꺼먹이는 도자기를 굽는 방법 중 하나다. 청자와 백자가 인공 유약을 넣어 매끈한 표면을 구사하는 것과는 달리 유약을 입히지 않는 것. 대신 장작의 불꽃과 연기, 불티(나뭇재)가 자유롭게 닿으면서 구워지도록 하는 통가마 굽기 방식이다. 일반 가마와 달리 사흘 밤낮으로 불을 때야 하고, 가마가 클 경우 일주일 이상 불을 지펴야 한다. 1천300℃에 이르는 불꽃이 춤을 추며 그려놓은 붉은 빛깔과 탄화흑색, 적갈색과 암갈색, 또는 잿빛의 미묘한 조화는 유약 도자기와는 사뭇 다른 깊은 맛을 가진다.

디지털 시대의 세계적 도예가로 자리매김한 그의 작품은 영국 대영박물관, 벨기에 마리몽 왕립박물관, 미국 뉴욕 롱하우스 리저브 및 브룩클린 박물관, 그리스 볼러스 민속도기박물관, 중국 강서성 도자연구소 등 세계 굴지의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세계적 도예가로 불리는 박순관의 작품은 7일부터 30일까지 경북 청도군 화양읍 아트갤러리 청담에서 전시된다. 054)371-2111.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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