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지아이(G.I)는 미군 병사를 일컫는 속어다. G.I는 '정부 발급 물품'(Government Issued)의 줄임말로, 병사의 장비와 복장 일체가 정부 물품인 데서 비롯됐다. 지아이 조(G.I. Joe)는 남성 병사를, 지아이 제인(G.I. Jane)은 여성 병사를 뜻한다. 당초 이런 의미의 '지아이조'는 영화를 통해 그럴듯한, 색다른 뜻으로 바뀌었다. 'Global Integrated Joint Operating Entity'의 머리글자를 따서 'G.I. JOE'가 됐다고 영화 팸플릿은 설명한다. 해석하자면 '국제 연합 특수 군단'. 결코 실패하지 않는 최강 특수군단이란 수식이 붙어있다.
▨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영화
머지않은 미래의 어느 날. 지구상에서 쓰이는 무기의 70%를 만드는 거대 무기제조회사의 대표가 나토(NATO) 사령관들이 모인 가운데 신무기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무기의 이름은 '나노마이트'. 원래 암 치료용으로 개발된 나노입자 크기의 로봇들이지만 전쟁 무기용으로 개조됐다. 초록색 액체처럼 보이는 이 무기가 활성화하면 쇳조각을 비롯해 무엇이든 무서운 속도로 먹어치운다. '종료'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는 도시 전체를 집어삼킬 수도 있는 가공할 무기. 특수부대 대위 '듀크'(채닝 테이텀)는 부대원들과 함께 이 신무기의 호송 임무를 맡는다. 호송 작전 도중 최신 무기로 무장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대원들의 습격을 받는다. 공격을 주도한 인물은 다름아닌 듀크의 옛 애인 배로니스(시에나 밀러). 부대원들이 몰살당하고, 신무기마저 빼앗길 위기 상황. 총에 맞아도 끄떡없던 적군 병사들이 갑자기 쓰러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병사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배로니스를 비롯한 일당을 쫓아버리고 듀크와 동료 립코드(마론 웨이언스)를 구해준다. 신무기를 더 이상 호송할 수 없는 상황. 듀크는 정체 모를 부대원들과 함께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비밀기지로 향한다. 이곳에는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지구상 최강의 부대', 바로 '지아이조'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새롭게 부대원으로 합류한 듀크와 립코드는 '지아이조'의 새로운 병기의 사용법을 배우는 동시에 '액셀러레이트 수트(몸의 기능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옷)'를 착용하고 훈련에 돌입한다. 하지만 어느 날, 어떠한 적도 알아낼 수 없을 것이라 믿었던 사막 지하기지에 첨단 굴착탱크로 무장한 특수부대가 침투해 들어온다. 이들의 목적은 바로 신무기 '나노마이트'를 가져가기 위한 것.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의 군단 '코브라'의 최강 병사인 '스톰 쉐도우'(이병헌)의 활약(?)으로 코브라 군단은 신무기 탈취에 성공한다. 과연 지구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돋보이는 '스톰 쉐도우'역 이병헌의 연기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로 중무장했다. 포털사이트의 영화 평점이 7점대에 머무는 이유는 아마도 빈약한 스토리 전개와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보여주려 했던 제작진의 욕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첨단 비행기를 타고 벌이는 공중전도 눈을 시원하게 만들고, 에펠탑을 파괴하려는 코브라 군단의 뒤를 쫓는 '지아이조' 부대원들의 추격전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다. 영화 중반부에 나오는 사하라 기지 공격이나 막바지에 나오는 코브라 군단의 북극 기지 공격 장면보다 볼거리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화려하고 긴박감이 넘친다. 수백만개의 나노로봇으로 만들어진 첨단 무기라는 발상도 신선하다. 에펠탑이 무너지는 장면도 사실감 넘치게 표현했다.
극중 등장 인물들의 인간 관계도 눈여겨 볼 만하다. 먼저 결혼을 약속한 연인 사이이던 듀크와 배로니스가 적으로 돌아서게 된 이유가 영화 전개와 함께 서서히 밝혀진다. 이 둘이 결별한 가장 큰 이유는 배로니스의 동생이자 과학자인 렉스(조셉 고든-레빗)의 죽음 때문. 전쟁터에서 렉스의 목숨을 반드시 지켜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듀크는 결국 배로니스를 떠나고, 이들은 몇년 뒤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적으로 만난다. 하지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 렉스는 전혀 뜻밖의 인물로 드러나고, 둘의 관계는 극적 반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아울러 '지아이조'의 최강 무사 '스네이크 아이즈'(레이 파크)와 코브라 군단의 최강자 스톰 쉐도우의 대결도 볼 만하다. 20여년 전 도쿄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지던 어린 스네이크 아이즈는 무도장에서 수련 중이던 스톰 쉐도우를 만나게 되고, 이 둘은 함께 수련을 쌓으며 경쟁자로 자란다. 이들 둘이 정의와 악의 군단에 서게 된 이유와 '스네이크 아이즈'가 말을 잃게 된 이유도 차츰 드러난다. 특히 스톰 쉐도우 역을 맡은 이병헌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과거 우리나라 배우들은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만 했을 뿐 별다른 비중 있는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병헌은 주연급 인물로 등장해 강렬한 눈빛 연기와 명품 근육을 선보이며 한국 관객을 즐겁게 했다.
▨뻔한 결말로 이끄는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
차라리 영화가 아니라 만화 영화였다면 좋았을 법했다. 영화 속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스토리 전개는 유치원 수준에 머물렀다. 제작진은 한 편의 영화 속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지아이조'의 원작 만화와 TV시리즈를 모르는 관객들을 너무 배려한 탓일까. 등장 인물들의 대사 속에서 처리되는 영화 스토리는 마치 톤만 다를 뿐 과거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식상하고 어색했다. 듀크를 대하는 배로니스의 눈빛은 처음 봤을 때부터 나중에 뭔가 있겠구나 하고 짐작하게 만들고, 이후 배로니스의 변심에는 특별한 동기도 부여되지 않는다. 지금껏 죽이려고 난리를 치더니만 갑작스레 옛 애인과 다정했던 순간들이 몇 장면 스쳐 지나더니 옛날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은 해도 너무했다. '지아이조' 군단에서 받은 초능력 갑옷을 입고 훈련하고, 파리 도심을 질주하며 이리저리 부딪히는 장면은 '아이언 맨'에서 본 듯한 장면이고, 거대한 첨단 병기들로 가득한 기지와 이들이 벌이는 거대한 전투 장면은 '트랜스포머'를 통해 이미 학습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아울러 코브라 군단에 인질로 잡혀간 듀크도 의문이다. 하기야 모든 영화에서 주인공을 쉽게 죽이는 법은 없지만 당장 죽이지 않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을 때엔 긴장감만 떨어뜨릴 뿐이다.
아쉬움도 많지만 '지아이조'는 재미있는 영화다. 여성 관객들은 지루할 수도 있겠다. 117분 중 거의 100분 정도가 전투 장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온통 싸우는 모습으로 가득하다. 중후반으로 넘어가며 조금 늘어지는 느낌도 주지만 전반적인 긴장감은 높은 편. 아울러 이번 작품의 원제가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원래 영어 제목은 The Rise of Cobra, 즉 코브라 군단의 등장)인 만큼 본격적인 코브라 군단과의 대결을 다룬 속편의 등장도 기대할 만하다. 속편에는 이병헌이 나올 수 없다.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게 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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