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벤은 대학에서 힌디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진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우르두어다. 데벤은 잡지사 편집장의 부탁으로 우르두어 시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시인 누르를 인터뷰하게 된다. 인도의 유명 시인인 누르는 그의 추종자들과 여러 명의 부인들, 친척들을 거느리며 편안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들뜬 마음으로 누르를 만나기 위해 보팔로 떠난 데벤은 뚱뚱한 술주정뱅이인 그의 모습에 짐짓 놀라고 만다. 데벤은 누르의 시를 녹음하기 위해 낡은 테이프 녹음기를 살 돈을 모으는가 하면, 누르의 첫 번째 부인 사피야를 매수하기도 한다. 매음굴에 방을 얻어 일주일 동안 누르와 함께 있으며 그의 시를 녹음하려 하지만 녹록지 않다. 끊임없이 나타나는 자칭 누르의 팬들 역시 방해만 될 뿐이다. 누르의 아름다운 둘째 부인 베검은 시인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여성이다. 하지만 데벤은 베검을 무시하고, 누르와 마찬가지로 데벤 역시 자신의 처자식에게 무관심하다. 결국 실망만 안고 돌아온 데벤은 누르가 보낸 소포를 하나 받게 된다. 그 안에 누르의 시들이 들어 있다. 그리고 누르가 죽음을 앞두고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1984년 부커상 수상작이기도 한 인도계 미국인이자 여류 작가인 아니타 데사이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샤시 카푸어가 맡은 누르 역은 전설적인 시인으로, 현대와 전통의 충돌을 비유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타락해가는 한 시인이 죽음을 통해 그 굴욕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을 코믹한 요소를 더해 그렸다. 곳곳에 숨어있는 인도 특유의 코믹 감성도 느낄 수 있다. 전설의 시인 누르를 찾아 데벤이 떠나는 곳이 바로 보팔인데, 보팔의 아름다운 자연을 엿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이스마일 머천트 감독은 1936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구자라티어와 우르두어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 학교에서는 아랍어와 영어를 배웠다. 이 영화는 이스마일의 감독 데뷔작이다. 이스마일은 68세의 나이로 영국 웨스터민스터에서 사망했지만, 선조들과 함께 묻히고 싶다는 그의 소망대로 인도 뭄바이에 묻혔다. 러닝타임 120분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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