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다문화시대

"구라파 사람들은 가족이 희고 털이 명쥬실 갓치 곱고 얼골이 분명하게 생겻스며 코가 바르고 눈이 확실하게 박엿으며 동양인종은 가족이 누르고 털이 검고 거세며 눈이 기우러지게 박엿으며 니가 밧그로 두드러지게 낫스며 흑인종들은 가족이 검으며 털이 양의 털갓치 곱실곱실하며 턱이 내밀며 코가 넓적하고… 백인종은 오늘날 세계인종 중에 데일 영민하고 부지런하고 담대한 고로 왼 텬하 각국에 모다 퍼져서 하등인종들을 이긴다."(제국신문 1900년 5월 26일'유선영 '황색신민지의 문화 정체성'에서 인용)

대구경북을 비롯, 5월 기준 한국 거주 외국인 주민이 전체(4천959만 명)의 2.23%(110만6천884명)다. 우리가 점차 다문화사회로 접어드는 것이다. 경북도는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을 결혼이민여성 중심에서 가족 전체로, 특히 자녀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서방 외국 및 외국인들과의 접촉 역사는 아랍인으로 추정된다는 신라 處容(처용) 이야기 이후 1천 년이 넘는다. 그러나 對(대)외국인 인식은 어떤가. 우리 고유 문화를 해치고 우리를 괴롭히는 모습으로 주로 등장했던 서양인들은 靑(청)과 日帝(일제) 억압 이후 다른 모습이 된다. 서방인들은 개화되고 문명을 누리는 인종들로 인식되면서 '서양=백인=문명=우수 인종'이란 등식이 성립됐다.

이 때문에 西遊見聞(서유견문)을 쓴 유길준도 "문명화된 나라는 서양제국뿐이므로 열심히 새 문화를 받아들여 서양과 같은 개화된 나라가 되길 바란다"며 서양 예찬론을 폈다. 서양 백인 특히 미국 중심의 편향 왜곡된 시각은 일제 강점기 36년과 8'15광복, 6'25전쟁을 거치면서 더 심해졌다. 미국(제) 신드롬이 열병처럼 번졌고 미국 원정 2세 출산, 미국 유학 러시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땅의 수많은 동남아 이주노동자나 국제결혼 이주여성 및 그 자녀 등 非白人(비백인) 외국인들에게는 멸시와 차별, 편견, 학대의 싸늘한 눈초리를 보냈다.

흑인 혼혈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히스패닉계로 첫 미국 대법관에 지명된 소니아 소토마요르 같은 인물이 우리 사회에도 등장하지 말란 법 없다. 이제는 비백인 외국인들과 다문화가정, 그 자녀들에 대한 잘못된 인종주의적 인식과 시각을 바꿀 때가 됐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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