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라진 '식용피' 다시 싹 틔운다

농진청, 일본서 종자 반환…조선시대후 대표적 구황작물

농촌진흥청이 일본 농업생물자원연구소에서 반환받은 식용피.
농촌진흥청이 일본 농업생물자원연구소에서 반환받은 식용피.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보존하고 있는 '수례첨' 품종 등 재래종 식용피 69계통에 대한 농업적 특성을 분석, 그동안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진 식용피를 현대적인 기능성 작물로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농진청은 일제강점기에 건너간 한반도 원산 토종 유전자원 중 벼·보리·콩 등 1천546점을 일본 농업생물자원연구소(NIAS)와 반환받기로 합의하고, 1차분 600점을 지난 2008년 돌려받았다. 그 중 식용피 품종 '수례첨'은 종자학적으로도 가치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용피는 고조선시대부터 한반도에서 재배되어 온 주요 곡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이나 기근이 닥쳤을 때는 대표적인 구황작물이었다. 식용피는 우리나라에서 한때 10만ha까지 재배되었다는 보고가 있으며, 지금도 전남 구례군에 식용피를 많이 가꾸었던 것에서 유래하는 '피아골'이라는 지명이 남아있다.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식용피는 근대화와 함께 쌀이 자급되면서 가난하던 시절에 먹던 작물로 취급되어 우리 주변에서 급격히 자취를 감추었고 마침내 소중한 유전자원까지 소멸되는 위기를 맞았다.

식용피는 다른 화곡류에 비하여 생산 기간이 짧고 간척지와 같은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며 생육에 소요되는 물 요구량도 적은 특성이 있다. 또한 생체중 생산량이 많아 사료용과 바이오에너지용 소재 등으로도 활용될 수 있어 식용피가 작물로 복원된다면 농가소득 증대는 물론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도할 친환경 작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특히 항암, 미백,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기능성 생리활성물질인 루테오린, N-세로토닌 및 트리신 등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새로운 기능성 신소재로도 유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잡곡시장은 국내는 600억원, 전 세계적으로 1천92억달러에 이른다.

농진청 김재수 청장은 "식용피의 종실과 잎에는 필수아미노산과 칼슘 등의 함량이 높아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며 "정월 대보름날의 오곡밥 등으로 대표되는 토종잡곡의 복원을 통한 웰빙시대의 새로운 건강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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