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7년 공직 마감 여환숙씨, 소년가장 3명에 장학금

여환숙씨가 13년 전 소년소녀가장들과 찍은 기념 사진과 후원금 통장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창희기자
여환숙씨가 13년 전 소년소녀가장들과 찍은 기념 사진과 후원금 통장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창희기자

2년 전 칠곡 구상문학관 실무 책임자로 37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한 여환숙(59·여·세계문인협회 칠곡지부장)씨는 13년 전 만든 적립식 후원금 통장 6개를 칠곡지역 소년가장 3명에게 최근 전했다.

여씨는 소년소녀가장들에게 결혼자금 등 목돈을 마련해 주자는 뜻에서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6명의 소년소녀가장 명의로 장기적립식 통장을 개설했었다. 주위에서 월 몇 만원씩 후원한 돈은 세월이 흐르면서 통장마다 적게는 100만원부터 많게는 500만원씩 모두 1천400여만원이 모였다.

통장을 개설할 당시 초·중학생이었던 통장 주인들도 모두 성장해 김진희(가명·27·여·칠곡 왜관읍)씨 등 6명은 모두 결혼 적령기가 되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 탓인지 소년소녀가장들의 생활은 지금도 힘든 상황이다.

최근 왜관읍내 한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하며 통장을 전한 여씨는 "열심히 살다 보면 형편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너희들도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세상이 따뜻하다'는 것은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년소녀가장들도 "꼭 그렇게 하겠다"며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공무원 재직 때 군청과 왜관읍사무소 등에서 사회복지업무를 줄곧 맡아온 여씨는 홀몸노인들에겐 자식처럼, 소년소녀가장들에겐 부모 같은 역할을 해왔다.

"저도 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쳐야 할 정도로 가정 살림이 어려웠지요. 고단했던 지난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소년소녀가장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씨는 정년퇴임 때 '초록을 꿈꾼 나날들'이란 문집을 펴냈으며 구상문학관 시동인 언령(言靈) 등 각종 문학 모임을 통해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지난해 4월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부문에 '가오리연' 외 4편이 당선돼 등단했으며, 최근엔 칠곡군 문화관광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칠곡·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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