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9일 11시 2분. 쾌청한 날씨의 일본 나가사키시 상공에 거대한 버섯 구름이 피어올랐다. 단 한 발의 원자폭탄은 순식간에 7만3천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로부터 64년이 흐른 9일 오후 6시 45분. 원자폭탄 투하 지점 바로 곁에 위치한 나가사키 평화공원에는 반핵과 평화를 기원하는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일본 가톨릭 나가사키 대교구 주최로 가톨릭 신도와 시민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기념제'가 열린 것.
이 날 행사는 어느 때보다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이문희 대주교를 비롯한 한국 여기(如己)회 관계자 20여명을 비롯해 로마 교황청 '종교간 대화 평의회' 의장인 토이란 추기경이 특별히 참석했다. 아울러 미국의 신부 3명이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의 의미를 담아 이 날 행사에 참석했다. 미국의 군사 정책에 반대해 45차례나 투옥됐던 윌리엄 빅셀 신부와 미국 평화연구소 소장인 윌리엄 베트리 신부, '그리스도의 평화'를 목표로 삼는 팍스 크리스티 회원이자 성 데레사 성당의 주임신부인 로버트 쿠신쿠 신부. 이들 3명의 신부는 종소리와 함께 시작된 평화기념제에서 '평화의 호소문'을 낭독했다.
이어서 한국 여기회와 일본 시마네현 미도야 여기회, 나가사키 여기회 등 3개 단체가 함께 '평화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여기회는 일본 나가사키에 본부를 둔 반핵 평화단체로, 나가사키 원폭으로 피해를 입은 나가이 다카시(永井隆) 박사가 여기애인(如己愛人·남을 자기같이 사랑하라)을 몸소 실천하고 유언한 것을 추모하기 위해 결성됐다. 한국여기회는 이문희 대주교의 주도로 2004년 설립됐으며, 7월 9일 한국여기회는 '비핵·평화 기원 결의대회'를 열고 한반도 비핵화로 평화를 수호하자고 결의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3개 단체 대표로 '평화의 호소문'을 낭독한 한국여기회 최옥식 교수는 "일본 국민 다수는 비무장을 규정한 헌법 제9조를 지켜나가고 있다. 북한 핵실험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일본과 같이 한국에서도 비핵화 운동을 시작할 필요가 있음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이 운동이 극동에서 전세계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가사키에서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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