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진정한 의미의 도시들이 처음 탄생한 것은 기원전 3천 년 메소포타미아라고 한다. 여기에서 문명이 시작됐다. 인류학자와 고고학자들이 정의한 문명은 문자 그대로 '도시에서의 삶'이라는 뜻이다. 학자들이 도시에 유독 주목하는 이유는 오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였다 허물어진 문명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유력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도시 그 자체가 인간의 삶과 가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문호 린위탕(林語堂)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1961년 뉴욕에서 출판된 '베이징 이야기'에서 그는 "어느 도시나 그 나름의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여성은 개성이 없어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도시는 그렇지 않다. 도시는 성장하며 변화를 거듭해온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의 때가 묻은 도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연과 문화, 그리고 인간의 삶이 녹아 있는 것이다.
주택도시연구원이 전국 84개 도시를 대상으로 인구'사회'산업'재정 등 7개 부문에 걸쳐 조사한 '도시 쇠퇴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니 상위 20위 내에 서울'경기 지역 도시가 무려 15곳으로 나타났다. 충남'경남이 각각 2곳, 대구경북은 유일하게 구미시가 순위에 들었다. 활력도시로 넘쳐나는 수도권과 달리 상주'문경과 같은 쇠퇴도시들은 개발 열기가 없고 공장과 기업, 젊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해 사람이 빠져나가고 활력을 잃고 있음을 보고서는 보여주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가 오늘 확정된다. 대구시가 이에 사활을 거는 것은 5조6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 프로젝트이자 도시 재건에 큰 보탬이 될 잠재력 때문이다. 쇠락해 가는 대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호재로 현재로선 의료복합단지만한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돈과 사람이 북적이는 것만이 도시의 전부는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역사와 문화, 진솔한 인간 삶의 흔적을 구체화하고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도시로서 진정한 가치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대구의 진면목이 뭔지 되묻고 어디에도 없는 '대구 이야기'를 찾아야 도시로서의 생명력과 개성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먹고사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도시의 생명력과 정신적 가치 등 근원적인 부분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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