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중구 근대 문화골목 역사 담은 관광자원 만들 것"

박순태 문화체육부 예술정책관

한류(韓流). 해외에서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열풍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대중문화로 시작했지만 전통문화와 새마을운동, 의료관광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됐고 요즘은 아시아를 넘어 중동·동유럽 등 세계로 향하는 추세다. 그런데 높아진 한국의 세계적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단어는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중국 언론에서 한국 대중문화와 연예인에 열광하는 현지 청년들을 가리켜 처음 사용했다는 설이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 박순태 예술정책관은 그렇지않다고 설명했다.

"아마 1999년 11월쯤이었을 겁니다. 제가 게임음반과장을 맡고 있었는데 국내 인기 대중가요를 번안해 해외 가수들이 취입하게 한다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당시 중국에는 그룹 HOT, 가수 안재욱씨의 노래를 녹음했는데 음반 표지 제목을 정하는 회의를 하면서 처음으로 '한류'라는 용어를 선택했죠." 중국에서 먼저 쓴 뒤 한국에 역수입된 용어가 아니라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만들어 낸 신조어이며, 드라마보다 가요가 '한류 원조'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류에 대해 "한국 국민들이 가장 자신감을 느끼는 낱말이 아닐까 싶다"며 "우리 민족의 예슐성과 '끼'는 세계 최고인 만큼 언제든지 재점화될 수 있다"고 했다. 삼국지위지나 후한서 등 중국 역사서에 기록됐듯 '음주가무'를 즐기는 배달민족의 전통은 무궁무진한 자원의 보고라는 이야기다.

그가 맡고 있는 예술정책관은 순수 예술을 총망라하는 자리다. 한국종합예술학교, 국립중앙극장,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국악원이 소속 기관이고 문화예술위원회, 예술의 전당, 명동극장, 정동극장,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등은 산하 기관이다. 워낙 많은 분야를 아우르다 보니 365일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다.

문화예술계의 해묵은 숙원인 옛 국군기무사령부 터의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건립도 그의 소관이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건립되면 인근에 미술 갤러리와 박물관이 200여개에 달하는 이 일대가 한국 미술의 메카가 될 것입니다. 청와대와 인사동, 경복궁을 찾는 해외 방문객까지 포함하면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가 기대됩니다."

대구 중구가 추진해온 '근대 문화골목 역사경관 조성 사업'도 그가 관심을 갖고 추진해온 사업이다. 공공디자인을 통한 도심 재생 프로젝트인 이 사업은 이상화·서상돈 선생 고택과 계산성당 등 역사적 문화 자산을 간직한 시내 골목길을 실핏줄처럼 연결해 제주도의 '올레'를 뛰어넘는 관광 자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4년 간의 해외 근무를 제외하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거의 모든 공직 생활을 보낸 그는 뛰어난 업무 추진력과 함께 지독한 일벌레로 소문 나 있다. 일을 몰고 다닌다는 평가도 자주 듣는다. 덕분(?)에 김영삼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청와대 근무를 경험했다.

그런 그가 공무원으로 가장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법안 제정이다. 그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법은 청소년기본법, 청소년보호법, 문화산업진흥법 등이다. "제가 법대를 나온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시류에 영합하는 이벤트성 정책은 잠깐이지만 나라의 기본 틀이 되는 법률안은 국가와 함께 하죠. 당시에는 정말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런 기회를 가졌던 것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일과 관련한 미련이나 아쉬움은 더 이상 없다고 했다. 큰 대과 없이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 뒤 낙향해서 고향에 조그만 집 하나 짓고, 가능하다면 모교에서 후배를 가르치는 게 유일한 꿈이라는 것.

"이제는 수몰돼 갈 수도 없지만 제 고향인 청도 운문면 서지동은 담양 소쇄원과 아주 비슷한 풍광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 때면 종종 찾기도 하고 올 여름휴가도 그 곳에서 보낼 생각입니다. 정철 선생의 가사 문학을 읽다보면 시름이 눈녹듯 사라지거든요."

대구 달성고와 영남대를 졸업한 그는 사무관 시절 미국 앨라배마대학에서 로스쿨을 졸업했다. 지금은 서울벤처전문대학원에서 저작권을 주제로 법학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1984년 행시 27회에 합격, 공직을 시작했으며 등산이 취미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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