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퐁스 도데가 쓴 '풍차 방앗간의 비밀'이란 글이 있다. 밀가루를 빻는 풍차 방앗간으로 번창한 마을 이웃에 증기로 돌리는 기계 방앗간이 새로 생겼다. 사람들은 시설이 좋은 기계 방앗간으로 몰렸다. 풍차 방앗간은 하나 둘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한 집만 남는다. 코르니유 영감이 경영하는 집이다. 풍차 방앗간으로 밀을 빻으러 오는 사람들은 없게 된다. 그렇지만 영감님의 방앗간의 풍차는 계속 돈다. 저녁이면 영감님은 밀가루가 든 커다란 포대를 실은 당나귀를 앞세우고 가곤 한다.
어느 날 영감의 손녀딸과 약혼자가 결혼 승낙을 받으러 영감님의 풍차 방앗간 안으로 들어갔다가 풍차가 밀을 빻지 않으며 돌고 영감님이 무너져 내린 석회 조각이나 부스러기들을 밀가루인 척 실어 나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풍차 방앗간의 명예를 지키려고, 아직도 밀을 빻고 밀가루를 만드는 것처럼 믿게 하려고.
이 사실을 전해 듣고 마을 사람들은 모을 수 있는 밀을 모두 모아 당나귀에 싣고 코르니유 영감네 풍차 방앗간으로 빻으러 갔다. 그리고는 "처량하게 됐구먼! 이젠 죽을 수밖에 없네'''. 방앗간이 부끄러워졌으니" 하면서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는 영감한테 일감을 준다. 이날부터 마을 사람들은 풍차 방앗간에 절대로 일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그러다가 영감이 죽자 방앗간의 풍차 날개도 멈춘다.
지방 환자들이 서울 병원으로 몰린다는 기사가 있다. 2009년 7월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소재 의료기관들이 타지역 환자들로부터 벌어들인 관외 총 수입 중 2006년 42.1%, 2007년 38.1%, 2008년 36.8%가 지방 환자들로부터 벌어들인 수입이라고 한다.
숨골(연수)을 침범한 악성 뇌종양을 수술해서 10여년간 건강하게 생활하도록 한 환자가 종양이 재발하자 나를 원망하고 서울로 갔다. 소뇌에서 발생한 악성 뇌종양(속질모세포종)을 MRI상 흔적도 없이 수술해 주었던 환자가 1년 후 종양이 재발하자 서울로 갔다. CT 혈관촬영상 커다란 뇌동맥류가 발견되어 수술하자고 하니 딸들이 서울병원으로 오라고 한다고 해서 보냈다.
한 때는 본인한테도 서울에서, 부산에서 수술받으려고 환자들이 온 때도 있었다. 요즈음 전원 소견서를 쓸 때는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린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시간은 모든 것은 변화시키는데.
그러나 나는 빈다. 비록 내가 코르니유 영감처럼 할 일 없이 수술실을 들락날락하게 되더라도 내가 보낸 환자들이 완쾌되기를.
임만빈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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