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웰빙'이 언급될 때마다 따라다니는 단골 키워드가 있다. 바로 '단식'이다. 예전엔 단식을 하면 체내 장기에 영양 공급이 안 돼 건강을 해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지금도 크게 바뀐 건 없다. 각종 장기, 특히 뇌나 눈, 심장 등 주요 장기의 경우 세포가 죽어 문제가 생긴다고 경고하는 의사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단식은 절대로 해선 안 되는 행위일까. 그렇지 않다는 게 한방 및 단식 전문가들의 얘기다. 인간의 몸은 수일, 그 이상 단식해도 큰 문제가 없고, 단식을 하면 몸이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을 깨끗이 청소해 더욱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식이란 무엇이고,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단식 체험을 통해 단식의 세계에 빠져 본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단식과 맞닥뜨린다. 출산 후 이틀 동안 엄마의 젖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굶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단식을 통해 배 속에서 먹은 것, 장에 쌓이고 썩은 태변을 모두 빼라는 자연의 이치다. 안 먹어야 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를 무시하고 분유를 먹인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타의에 의해 천명을 거스르는 것이다. 폭우나 태풍, 홍수 등이 없다면 지구는 썩는다. 이는 지구의 생존을 위해 노폐물을 걸러내고 정화하는 것으로, 일종의 자연의 단식이다. 몸도 마찬가지다. 노폐물을 배출시키지 않으면 막히고 썩고 염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것이 만성질환이고 암이다. 자연의 섭리처럼 자기 몸의 치유력에 의해 스스로 건강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단식이다.
◆단식, 몸 면역력 높여 질병 예방
단식은 한마디로 음식물 공급을 중단해 몸속에 쌓인 노폐물, 숙변, 독소 등을 배출하는 것이다. 질병을 직접 고쳐주는 치료가 아니라 배설을 통해 병이 스스로 낫도록 몸의 자연 치유력을 높여주는 게 단식이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키고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자연적인 방법이다. 단식을 '칼을 대지 않는 수술'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설을 통해 몸을 깨끗이 청소해 자극적이고 오염된 먹을거리로 손상된 장기를 회복시키고 몸의 면역력을 높여 질병을 예방한다. 단식을 하면 체내에 저장돼 있는 영양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외부 유입 때보다 영양의 균형이 보다 더 잘 맞춰지고 에너지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돼 영양 실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대구의료원 신경외과 황성수 과장은 "몸에는 저장돼 있는 예비 에너지가 많고 에너지 효율도 높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다. 단식하면 에너지원이 될 만한 것을 분해하고 기초대사율이 감소하며 세포 교체가 촉진된다. 또 과잉 축적된 중성지방을 제거, 비만이나 당뇨병, 고혈압, 과지혈증 등의 위험을 낮춘다"고 말했다.
◆단식, 안 먹어야 막힌 것을 뚫는다
건강하게 살려면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잘 배출하고 비우느냐'가 중요하다. 단식은 몸 안에 쌓인 찌꺼기를 빼내는 유일한 자연적인 방법이다. 섭취된 음식물의 찌꺼기가 체내에 축적되고 노폐물이 장 주름에 낀 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고 각종 독소가 발생,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등 만병의 원인이 된다. 또 평소 육식, 화식, 과식을 많이 하는 식습관 특성상 소화에 부담을 줘 배설이 더욱 힘들다. 단식은 막힌 것을 뚫는 것이다. 막히고 꼬인 게 병이라면 안 먹어야 이를 뚫고 풀 수 있다.
식중독에 걸리면 설사를 하고 토한다. 부패한 음식의 독을 배출하기 위한 자정 작용이다. 감기에 걸리면 콧물과 기침이 난다. 이 또한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 몸을 깨끗하게 하려는 것이다. 단식도 마찬가지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단식을 해야 몸 속의 노폐물과 독소를 밖으로 빼낼 수 있다. 특히 각종 성인병 등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 데도 단식이 필요하다. 대구한의대 3내과 곽민아 과장은 "당뇨, 고혈압, 비만, 심장질환, 동맥경화 등 성인병은 영양과 칼로리 등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넘쳐서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치료 및 예방도 '넘치는 것을 덜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식,배설 작용도 더욱 활발
단식은 몸의 자연 치유력을 총동원하는 것으로, 체질 개선과 질병 치유에 효과적이다. 몸은 외부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면 비상 체제에 돌입, 각 조직에 저장돼 있던 당과 지방 등 영양소를 에너지로 활용한다. 노화되거나 쓸모없는 조직과 세포를 분해해 연소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노폐물과 독소, 숙변, 종기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까지도 분해해 소화하고 배출한다. 단식을 '몸의 청소부'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통해 노화된 세포, 병에 걸린 조직이 배출되고 새롭고 건강한 세포가 생겨나는 것이다.
또 단식을 하면 체내 모든 기능이 배설에 집중돼 축적되고 오래된 노폐물'독소 배출 등 배설 작용도 더욱 활발해진다. 음식물 공급이 중단됨으로써 평소 일에서 벗어나 노폐물 청소에만 집중할 수 있어 폐, 간장, 신장, 피부 등 배출기관의 배출 및 정화 능력이 증대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장내 깊숙이 축적돼 있던 숙변과 몸 속 곳곳에서 각 장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던 독소, 노폐물 등이 배출돼 혈액이 깨끗해지고 체질이 개선되며 질병이 치유되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단식으로 소화'흡수 관련 장기들이 휴식을 취하며 재정비할 수 있기 때문에 소화 및 흡수 능력이 개선되고 자율신경 조절 능력 강화 등 신경'정신적 기능도 안정되며 호르몬 분비도 촉진시켜 소화기나 정신, 호르몬 관련 질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단식 대가로 유명한 장두석 선생(한민족생활문화연구회 이사장)은 "눈에 보이는 영양소는 100일 안 먹어도 괜찮지만 눈에 안 보이는 영양소, 즉 태양열'산소'살아있는 물 등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 단식은 눈에 보이는 영양소 공급을 중단하고 보이지 않는 영양소를 최대한 섭취, 몸을 정화시키고 치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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