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으면 그런 생각까지 했을까? "어떻게 해서든지 병역을 면제받고 재수나 삼수를 해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에 들어갔더라면 인생도, 직장 생활도 훨씬 나아졌을 것인데 군에서 3년을 보낸 게 그렇게 후회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특히 직장 생활 거의 대부분을 대기업의 자금 부문을 맡아 은행 등 금융권과 접촉해야 했는데, 대구경북 출신이란 이유만으로도 갖은 고생을 다했습니다."
박상호(58) 삼성선물(주) 사장은 학연과 지연의 폐해를 뼈저리게 겪었다. IMF 외환 위기 땐 은행 등 금융권에서 대구경북 출신이거나 삼성그룹 쪽이라면 문전박대를 당했을 정도다. 영남대(경제학과)를 졸업한 지방대 출신이란 점 때문에 더욱 불리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IMF 당시 삼성전자 자금 담당 이사였던 그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융권 관계자들을 찾아가 "애걸도 하고, 끈질기게 설득도 한 끝에 겨우겨우 자금을 융통하게 됐다"고 했다.
지연도 학연도 기댈 곳이 없었던 만큼 오로지 성실과 끈기로 승부를 걸었다. 이 때문인지 1978년 삼성생명보험에 입사한 후 삼성전자·삼성생명보험·삼성선물 등으로 옮기며 이사·상무·전무·부사장에 이어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자금·금융 분야에서만 일해 왔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한 한 삼성그룹 내에서 실력자로 손꼽힌다. 2월 사장으로 취임한 삼성선물은 원자재와 금융 분야의 선물을 취급하고 있으며 업계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회사이다.
박 사장은 대구경북만 생각하면 답답하단다. 과거에만 안주하고 "보수 골통"이란 비난을 자초하는 바람에 중앙 정부의 예산 배정 등에서도 불이익을 당하고 수도권 기업들 역시 지역으로 오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이 발전하려면 "생각을 확 바꾸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 미래 산업을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며 "LED 산업만 해도 10년 이내 지금보다 10배 이상 발전하게 되는데 경북 지역에 넓은 부지를 마련, 수도권의 관련 기업들을 상대로 무상 임대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유치전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자치단체장은 관료나 정치인 출신보다 장사꾼 마인드가 몸에 배인 기업인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 단체장은 치적을 세우는 데 치중하기 쉽고 그렇게 되면 대구경북 발전에 중요한 공장 유치 등에는 소홀해지기 십상"이라며 과거의 몇몇 사례를 거론하고는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기업인들을 모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갑자기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를 대구가 대전에 빼앗긴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교통 여건 등을 고려할 경우 한반도의 중심은 대전이 아니라 대구인 만큼 행복도시는 대구로 와야 하는 데 이에 대해 지역에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느냐"고 되물은 뒤 "전략적으로라도 중앙 정부를 상대로 이런 문제점을 부각시켰어야 새로운 국책 사업을 유치하는 데 유리해졌을 것"이라고 했다. "대전은 행복도시, 부산은 선물거래소를 유치했는데 도대체 대구경북은 뭘 가져왔느냐"며 정부를 상대로 이런 논리를 내세워 탄소배출권거래소나 제2증권거래소를 유치할 것을 제안했다.
안동 출신인데 부산의 동성고를 졸업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더니 '돈 때문'이었단다. 안동중 길안분교를 우등생으로 졸업했으나 집안 형편 때문에 고교에 진학하기 어려워 장학금을 준다는 동성고로 갔다. 영남대도 천마장학생으로 다녔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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