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소외계층의 '천사'를 자처한 대구적십자병원이 경영난으로 문닫을 위기에 처했다. 대한적십자사가 누적된 적자와 경영합리화를 이유로 대구의료원과 함께 지역의 2대 공공의료기관인 대구적십자병원의 폐원을 검토해 반발을 사고 있다.
◆존폐 기로에=대한적십자사 경영합리화추진위원회는 최근 외부기관에 의뢰한 '경영정상화방안 컨설팅 중간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대구적십자병원은 폐원하고, 서울적십자병원은 70%로 축소해 외곽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혈액과 병원사업으로 인한 누적적자가 각각 400억원과 600억원에 달하는 등 총 1천100억원 이상의 적자로 병원 운영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
특히 대구의 경우 종합병원만 14곳이나 있어 의료수요에 비해 의료기관이 2배 이상 달하는 등 포화상태여서 대구적십자병원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대구적십자병원을 폐원하고 해당 부지를 개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대한적십자사는 19일 최종 용역보고회를 열고 대구적십자병원 등의 합리화 방안을 검토한 뒤 폐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민단체들은 대구적십자병원의 경우 원래부터 수익만을 생각한 의료기관이 아닌 만큼 폐원은 곧 의료 공공성의 훼손을 의미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실련, 참여연대 등 2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건강권 보장과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는 성명을 내고 "대구적십자병원의 경우 입원환자 중 67%가 의료급여 수급자일 정도로 '구호병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경영이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폐원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한적십자사 송순화 홍보과장은 "컨설팅 중간보고서는 경영합리화를 위한 하나의 안일 뿐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우린 어쩌나요?=대구적십자병원이 문을 닫을 경우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저소득층과 외국인 근로자 등 의료 취약계층이다. 쪽방 주민과 노숙자, 가정폭력피해여성, 새터민 등 취약계층을 위한 건강검진사업이나 홀몸 노인들을 위한 '보호자 없는 병실사업', 외국인 근로자 무료 진료 등 각종 공공의료 사업들이 사라지게 된다. 당뇨를 앓는 이모(67) 할머니는 "다른 종합병원에 가면 가난하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적응도 어렵지만 적십자병원은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곳"이라고 했다.
대구적십자병원은 중구 반월당네거리 부근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난데다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진료나 진료비 감면 혜택도 다양하다. 매달 두 차례씩 마련되는 외국인 근로자 주말 무료진료소는 매번 100여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지난해 말 현재 대구적십자병원의 의료취약계층 건강검진 서비스이용자는 1만805명에 달했고, 보호자 없는 병실 사업도 당초 목표한 1만2천명을 훌쩍 넘는 1만9천112명이 혜택을 입었다.
민노총 공공의료노조 대구적십자병원지부 관계자는 "150명이었던 직원을 70명으로 줄이는 등 운영경비가 상당부분 줄었기 때문에 2명뿐인 의료진만 충원해도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어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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