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치권은 YS DJ 화해를 자기반성 계기로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병문안했다고 해서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가졌다. DJ 병세가 위중해 얼굴은 서로 못 대했지만 YS가 '두 사람의 화해'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는 사실이 주목을 끈 것이다.

지난날 한국정치를 대변하는 두 사람은 민주화 투쟁에서는 누구보다 가까운 협력자였지만 권력을 놓고서는 한치 양보 없는 대립의 관계였다. 70년대 반 독재투쟁에 이어 80년대 대통령 직선제 쟁취에 이르는 민주화 과정에 이르기까지는 동지적 협력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87년 13대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각자의 길로 들어섰고, 92년 YS 당선, 97년 DJ 당선으로 이어지는 대선을 거치며 두 사람 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최근 10여 년은 공개석상에서조차 서로 눈길을 돌릴 정도로 앙숙인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불과 두 달 전에도 DJ가 현 정권에 대해 독재라는 표현까지 쓰며 비판하자 "평생 해오던 요설로 국민을 선동한다. 그 입을 닫아라"고 쏘아붙였던 YS였다. 그처럼 평생 회복 불능일 것 같던 두 사람이었기에 극적인 화해 선언은 놀랍고 다행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드는 아쉬움은 좀 일찍이 두 사람이 손잡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것이다. 영남과 호남을 상징하는 두 정치거목이 개인적 감정에 매몰돼 지역주의 해소에 앞장서는 화해 모습을 저버리고 지낸 데 대한 안타까움인 것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 화해가 갖는 상징성은 살리는 게 좋을 것이다. 며칠 전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광주에서 현 정권의 편중인사를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반박자료를 동원해 호남소외 주장을 부인했다. 이 논쟁의 중심에서 지역감정 촉발 의도가 읽히는 것은 유감이다. 정치권은 YS와 DJ의 화해를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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