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오는 비 덕분에 무척이나 시원한 여름이다. 한껏 부푼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아들들은 저마다 그동안 고생했던 이야기라며 보따리들을 풀어 놓는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며 같이 가자는 친구 말에 선뜻 따라 나섰던 해외봉사. 일주일 남짓 네팔을 다녀온 둘째녀석의 삶 이야기가 자못 진지하다. 그곳에서 '나마스떼(안녕)' 하며 현지 아이들에게 다가갔을 때 눈만 까맣게 살아있던 얼굴 위로 가득 번져가던 기쁨의 표정이 삼삼하며 힘든 상황에서도 표정이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고, 하나씩 가르쳐 주면 무척이나 고마워하며 좋아하였던, 순수한 아이들의 표정에서 힘을 많이 얻어 온 것 같다.
덥고 습기 많은 날씨에 현지에서 활동하느라 미처 빨래를 못해서 그냥 가져온 땀에 젖은 옷들에서 아무리 세탁해도 가셔지지 않는 무척이나 향기로운(?) 냄새가 진동을 하지만, 표정에서는 아련한 그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것처럼 평온이 깃들어 보인다. 히말라야 기슭에서 본 일몰의 신비한 여운 때문일까? 아니면 '이 나이에 나도 세상을 한 발짝 깊이 있게 내디뎌서 살펴보고자 했다는 나름의 작은 충만감 때문 일까?' 며칠의 고생 덕분인지 무척이나 의젓해진 것 같아 보기에 좋다. 모처럼 마음먹고 자발적으로 열심히 한 봉사활동 덕분에 학과 공부만 하던 자기가 과연 남에게 기쁨을 주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조금은 확신을 얻었다며 좋아한다.
그동안 고생하며 네팔 사람들과 지내며 그들의 마음을 많이 닮아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면서 그 곳의 성공은 평소 자기가 생각하던 성공의 의미와는 좀 다른 기준인 것 같다는 심오한 얘기를 한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재능뿐만 아니라 조금은 높은 목표를 정해 한눈 팔지 않고 언제나 마음속에 그 꿈을 향해 오로지 달려가야만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였던 그 성공, 그 곳에 가보니 얼굴 가득 평화로운 표정에서 모두 다 성공하여 행복한 사람들처럼 보이던 사람들을 보면서 조금은 성공의 의미나 가치가 다름을 느끼고 돌아온 것 같다. 아들의 얘기를 들으며 문득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성공의 의미를 다시 음미하게 한다.
그는 "성공이란 자주 많이 웃고, 지성적인 사람들의 존경과 어린이들의 애정을 받고, 자신을 솔직하게 비판해 주는 사람들을 고맙게 여기며, 친구인 척 하는 사람들의 배반을 견디어내고, 아름다움을 감상할 줄 알고 다른 사람들의 장점을 볼 줄 알며, 건강한 아이로, 아담한 정원으로, 혹은 개선된 사회 조건으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두고, 당신이 살았기에 한 사람이라도 더 편히 숨 쉬게 되었음을 아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한 삶"이라고 했다. 이 땅의 부모들은 자식들이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주변의 세상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며 더 깊고 다양한 경험으로 더 폭넓은 세상을 살아가길 바랄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인내하며, 자신의 의지로 열심히 노력하여 조그만 것이라도 이루어 냈을 때의 기쁨을 순간순간 맛보면서. 그리고 자신이 간절히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정해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성취를 위한 자신만의 노력을 하면 언젠가는 꿈은 실현될 것을 믿으면서. 아이들 나름의 노력과 열정에 성공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 자기의 노력을 즐기면서 행복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정명희 (민족사관고 2년 송민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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